미술관이 런웨이 무대로 변신…예술로 되살린 오래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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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고요한 정적을 깨고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조지 나카시마의 원목 의자와 프랑스 작가 자비에 베이앙의 설치 작품 ‘모빌-르코르뷔지에’가 있는, 집처럼 꾸며진 공간.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광목으로 만든 의상을 입은 청년 모델들이 줄지어 서 있다. 모델들이 하나둘 걸음을 옮기자 미술관은 런웨이 무대로 변했고,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신기한 듯 탄성과 박수를 보냈다.개관 10주년을 맞은 경기 양평군 구하우스미술관에서 21일 특별전 ‘므네모시네: 기억의 강’ 개막 연계 퍼포먼스가 열렸다. 지역 주민과 미술계 인사를 초청해 열린 이 행사는 패션 퍼포먼스 ‘기억의 런웨이’, 그리고 미술관 뒤 수변 특설 무대에서 펼쳐진 퓨전전통음악밴드 ‘공명’과 어쿠스틱 밴드 ‘더 로프트’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모델들이 입은 옷은 오래된 가족사진을 드로잉으로 재현한 조덕현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므네모시네’전은 조 작가가 고미술 수장가인 욱천 진호섭(1905~1951)의 흑백사진을 재현한 연작을 선보였다. 일제강점기 개성 지역의 엘리트였던 진호섭은 우리 문화유산을 수집하고 지키려 했던 인물. 해방 뒤 소련군에 문화유산을 압수당했고, 6∙25 전쟁 중 되찾으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생을 마쳤다. 조 작가는 사진에 기록된 진호섭의 오래전 순간을 생생하게 되살렸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 대형 신작 ‘덧-Palimpsestus(팔림프세스투스)’는 기억에 관한 질문을 한 단계 더 밀고 나간다. 팔림프세스투스는 원래 있던 글씨를 지우고 그 위에 다시 글을 쓴 양피지를 뜻한다. 지워진 흔적 위에 새로운 기록이 끊임없이 더해지는 것처럼, 기억도 사라지고 덧입히며 계속해서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의미를 담았다.작품은 생 마직 캔버스 위에 석고와 물감을 쌓은 뒤 그것이 굳으면 일부를 벗겨내고 다시 색을 더하는 과정을 반복해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풍경과 추상, 이미지와 물질(물감)의 경계가 흐려진다. 지워진 흔적과 새롭게 더해진 시간이 한 화면에 겹겹이 공존하게 된다.30일엔 전시와 연계해 피부과 전문의이자 초상화 연구가인 이성낙 박사가 ‘피부과 의사가 초상화를 보면 무엇이 보일까요? — 한∙중∙일 초상화와 얼굴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연다. 구정순 구하우스미술관장은 “이 전시가 한 가족의 기억을 넘어 관람객 각자가 자신의 기억과 마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구하우스미술관은 한국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인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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