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0권 돌파…'압록강은 흐른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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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작가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
식민지 조선의 현실·망명 담아

  • 등록 2026-06-15 오후 2:47:27

    수정 2026-06-15 오후 2:47:27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민음사가 국내 최초로 세계문학전집 500권 출간을 달성했다. 기념작으로는 재독 작가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선정하며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경계에 놓인 디아스포라 문학을 새롭게 조명했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3·1운동에 가담한 뒤 일제의 수배를 피해 독일로 망명한 이미륵이 독일어로 집필한 자전적 소설이다. 고향에서의 유년 시절과 식민지 조선의 현실, 망명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으며 1946년 독일에서 출간돼 초판이 매진되고 독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작가는 뮌헨대학교에서 동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강의하며 독일어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1950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유해는 타계 74년 만인 2024년 국내로 봉환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국내에서는 1959년 독문학자 전혜린의 번역으로 처음 소개됐지만 이후 청소년 독자를 중심으로 읽히며 작품이 지닌 디아스포라 문학으로서의 깊이와 문학적 성취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번 세계문학전집판은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 안삼환이 새롭게 번역을 맡아 독일어 원문의 문체와 정서를 충실히 살렸다. 안 교수는 독일 유학 시절부터 이미륵 연구에 애정을 가져온 대표적인 독문학 번역가로, 이번 번역을 통해 작품을 성인 독자를 위한 새로운 정전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취지다.

소설은 유교적 전통 속에서 성장한 한 소년이 식민지 교육과 근대 문명을 경험하며 전통과 근대, 기억과 상실 사이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양반가의 몰락과 식민지 교육의 폭력, 사라져가는 조선의 풍경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한 시대의 소멸을 기록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민음사는 세계문학전집 100권마다 ‘춘향전’ ‘홍길동전’ ‘이상 소설 전집’ ‘시여, 침을 뱉어라’ 등 한국 작품을 배치해 세계문학 속 한국문학의 위상을 조명해왔다. 500번째 권으로 선정된 ‘압록강은 흐른다는’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경계에서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전통을 상징적으로 이어간다는 의미를 지닌다.

표지에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활동하는 재독 화가 윤종숙의 작품 ‘Spring, Spring’을 담았다. 어린 시절 고향의 산과 들, 냇물에 대한 기억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미륵의 그리움과 맞닿아 있다.

민음사는 “국경과 언어를 넘어 정체성의 좌표를 잃는 일이 낯설지 않은 시대에 ‘압록강은 흐른다’는 상실된 고향과 떠돎의 의미를 되묻는 새로운 고전”이라며 “한국문학 속 세계문학이자 세계문학 속 한국문학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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