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자 이튿날 민주당이 ‘방탄 입법’에 착수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진행 중인 형사재판이 정지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임기 중 유죄 확정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는 포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일 전체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14명 중 찬성 9명, 반대 5명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이 강력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다음주 중 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법안을 신속 처리할 방침이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로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306조 6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이 후보 유죄 확정 우려가 커졌다.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선거법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대통령직을 상실한다.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피고인 신분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 진행 중이던 형사재판까지 중지되는지를 놓고 법조계 의견이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심리, 졸속판결 조희대 대법원장을 규탄한다”며 “대법원의 속내는 결국 내란 세력의 ‘이재명 죽이기’ 동조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서울고등법원에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소송기록을 즉각 송부했다. 서울고법은 원심을 맡았던 형사6부의 대리부인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에 사건을 배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사위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전날 판결에 대해 “최고 법원의 판결과 법관에 대한 존중 없이는 법치주의, 또 이를 뒷받침하는 헌법기관도 존재할 수 없다”며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에 저희가 하고 싶었던 모든 이야기가 충실히 녹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