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뜨거워지자 전 세계 가뭄-기근… 2년간 5000만 명 잃었다[글로벌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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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만에 가장 센 ‘슈퍼 엘니뇨’ 전망… 역사가 증언하는 엘니뇨 잔혹사
1876~1878년 역대 최악의 엘니뇨… 20세기 후반엔 지구 기온 1.5도↑
5년간 GDP 손실 최대 5.7조 달러… “조기경보 가동 땐 사망률 6배 낮아”

1876년 적도 부근의 중·동태평양. 평소라면 서늘해야 할 남미 서안과 갈라파고스 제도 인근 해역의 해수온이 치솟기 시작했다. 기후학자들이 산호 나이테 등을 분석해 상황을 재구성한 결과 당시 적도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3.5도 이상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달궈진 바닷물은 전 세계로 흘러 들어가 가뭄과 기근 등 각종 재해를 일으켰다. 최대 5000만 명의 인명 피해를 낳은 사상 최악의 엘니뇨였다.

엘니뇨는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자연 현상이지만 평균 2∼7년에 한 번씩 관측되고 있다. 대개 약하거나 중간 수준의 강도를 보이고, 한 번 발생하면 9∼12개월간 지속된다. 그러나 유독 강하고 길게 지속돼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던 엘니뇨도 있다. 1878년까지 2년간 지속돼 역대 가장 강력했던 엘니뇨는 인도, 중국, 브라질,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인 극한 가뭄과 대기근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1900만 명에서 최대 5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1877년 인도의 참상을 고발한 보고서와 서한을 집필했던 영국의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1820∼1910)은 “일찍이 이처럼 끔찍한 인간의 고통과 파멸의 기록을 본 적이 없다”고 썼다.

1997∼1998년 발생한 엘니뇨도 ‘세기의 엘니뇨’로 기록된다. 당시 중·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최고 2.8도가량 치솟으며 전 지구 평균기온이 일시적으로 1.5도 상승했다. 일반적인 수준의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지구 기온 상승 폭은 0.25도 수준이다.

당시 엘니뇨의 직격탄을 맞은 인도네시아는 1997년 9월∼1998년 7월 900만 ha(헥타르) 이상의 삼림과 이탄지가 불탔다. 해수온 폭등으로 전 세계 산호초의 16%가 이 시기 집단 사멸하며 해양 생태계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혔다.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이 엘니뇨 이후 5년간 세계가 입은 누적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최대 5조7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가장 최근 발생한 강력한 엘니뇨는 2015∼2016년 ‘슈퍼 엘니뇨’다. 2010년대 발생한 이 엘니뇨는 지구 온난화 시대에 발생한 첫 슈퍼 엘니뇨로, 기후변화가 자연재해와 만날 때 피해가 얼마나 극심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당시 중·동태평양 해수온이 평년보다 약 2.6도 치솟으며 발생한 엘니뇨로 인류는 살인적인 폭염과 가뭄을 겪었다. 2015년 5월 인도의 기온은 47∼48도까지 치솟으며 2500명 이상이 숨졌다. 동남아시아 젖줄 메콩강 유역에 든 극심한 가뭄으로 수백만 명의 식량 안보가 순식간에 마비됐다. 당시 적도 부근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과 스모그 피해를 조사했던 미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공동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대형 산불의 독성 연기와 스모그가 대기를 오염시키면서 동남아 전역에서 최대 10만 명의 인구가 호흡기 질환 등으로 조기 사망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예측적이고 계획적인 대응 시스템을 통해 반복되는 엘니뇨 피해를 줄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세계기상기구(WMO)는 유엔과 공동 보고서를 내고 “촘촘한 조기경보 체계를 가동 중인 국가는 그렇지 못한 국가에 비해 재난 발생 시 사망률이 6배 낮았다”고 밝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5년 기후적응 격차 보고서’를 통해 “기존의 적응 전략은 재난이 발생한 후 댐을 보수하는 식의 사후적 방식에 그쳤다”며 “앞으로는 미래 기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예측적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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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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