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시대의 쟁의권, ‘공정의 연속성’ 필요[기고/김기선]

2 days ago 6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은 쟁의 중에도 원료나 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 즉 보안작업(保安作業)은 정상 수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제정 당시, 근로자의 쟁의권과 사용자의 재산권 사이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최근 바이오 의약품 산업에서 불거진 ‘보안작업’ 논란은 이 해묵은 조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바이오 공정의 핵심은 ‘불가분성’과 ‘연속성’에 있다. 살아 있는 세포를 배양하고 정제하여 충전하는 일련의 과정은 유기적 생태계와 같다. 이 과정에서 무균 상태는 단 한순간도 흐트러짐 없이 유지되어야 하며, 정해진 기한 내에 후속 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그간의 모든 산출물은 즉시 폐기되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또한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요구되는 특수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 의약품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것이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청(EMA) 등 국내외 규제 기관이 설정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미 의약품 생산 절차에 돌입한 공정을 중단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권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기업의 존재 가치와 공공적 이익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이에 제조업 강국이자 우리 법률체계에 큰 영향을 미친 독일의 연방노동법원 판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쟁의 기간 중에도 원료나 제품의 손상을 막기 위한 ‘유지업무(Erhaltungsarbeiten)’는 중단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유지업무의 대상을 단순히 설비나 완제품에 한정하지 않고, 반제품이나 중간 생산물의 종국적 변질을 막기 위한 작업(Abwicklungsarbeiten)까지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결국 보안작업의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 단편적인 손해 액수보다 ‘산업 특수적 상황’이 고려되어야 한다. 바이오 의약품 산업에서 세포주 해동 이후의 공정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 활동이며, 이를 중단시키는 것은 법이 금지한 ‘원료와 제품의 부패 및 변질’을 강제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이미 공정이 개시된 모든 공정은 노조법 제38조 제2항이 예정한 보안작업의 범주 안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노동3권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다. 그러나 무제한적이지 않다. 노동3권이라 할지라도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안 된다. 노동3권의 행사가 그 토대인 기업의 존립이나 공익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노사 관계의 성숙함은 서로의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을 명확히 인지하는 데서 시작된다. 첨단 기술이 산업의 중심이 된 오늘날, 법원은 개별 산업의 특별한 상황을 반영하여 ‘보안작업’에 대한 해석을 구체화해야 한다. 쟁의권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기업의 존립과 환자의 건강권이라는 또 다른 공익과 조화를 이룰 때 우리 바이오 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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