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일 스타일리스트 "판박이 'K출근룩' 그만, 매일 입어도 '멋'있는 옷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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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일 스타일리스트 "판박이 'K출근룩' 그만, 매일 입어도 '멋'있는 옷 만들었죠"

“아무 옷이나 막 걸쳐도 될 것 같은 남자 배우도 매일 아침 똑같은 고민을 합니다. ‘오늘 뭐 입지’ 하는 것이죠.”

정해인, 송중기, 이동휘, 안재홍, 공명…. 남성 패션의 최전선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스타와 합을 맞춰온 박태일 스타일리스트(43·사진)는 “대한민국 3040 남성의 체형과 취향에 꼭 맞는 ‘비즈니스 웨어’의 새 기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고하우스가 론칭한 남성복 브랜드 ‘테일던(TAILDERN)’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로 최근 합류했다. 테일던이라는 브랜드 이름에는 ‘테일러링’의 정교함과 ‘모던룩’이 주는 캐주얼함, 두 스타일링의 장점만 취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하고하우스는 ‘마뗑킴’을 글로벌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은 K패션 인큐베이터다. 지난 5일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1호점을 낸 테일던은 연내 14호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태일 스타일리스트 "판박이 'K출근룩' 그만, 매일 입어도 '멋'있는 옷 만들었죠"

이달 첫 컬렉션을 내놓은 박 CD는 “오피스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모두가 클래식 슈트를 입어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출근룩, 데이트룩으로 큰 고민 없이 정장을 선택하던 남성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구김 없는 슈트와 각 잡힌 넥타이는 매일같이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변호사, 영업직 등 일부 직업군의 전유물이 된 지 오래다.

아이러니한 점은 교복처럼 입던 정장을 기꺼이 떠나보낸 남성이 정작 자신을 꾸미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여성에 비해 패션 관심도가 비교적 낮고 출근 시간에 쫓기다 보니 결국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의 ‘무난템’만 찾는다는 게 그의 얘기다.

박 CD는 “남자에게도 TPO(시간·장소·상황)에 맞게 적당히 멋을 내고 싶은 욕망은 있다”고 강조했다. ‘옷차림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차림새는 갖추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살면서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렇게나 입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면 최소한의 ‘아웃핏’은 갖출 수밖에 없다”며 “일상복이지만 핏과 감도를 살린 한 끗을 더한 비즈니스룩을 원하는 남성에게 선택지를 제안하는 게 테일던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의 오랜 스타일리스트 경험은 한국 남성의 ‘표준 체형’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어졌다. 넓은 어깨에 좁은 골반, 긴 다리 등으로 직선적인 실루엣을 가진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은 골반이 비교적 넓고 몸통에 비해 어깨가 좁은 ‘라운드형’이다. 이런 체형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적정한 어깨선과 바지 핏이 중요하다. 박 CD는 “한국 남성에겐 발목으로 내려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슬림테이퍼드핏’보다 오버핏의 와이드 팬츠가 체형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테일던에는 슬림테이퍼드핏의 바지 라인이 없다. “유행을 맹목적으로 좇지 않으면서 일상 룩의 기본값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제안해 나가겠다”는 게 박 CD의 포부다.

11살 아들을 둔 박 CD는 아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린 시절 만화 ‘슬램덩크’를 보고 농구화에 욕심이 생겼고, 자연스레 옷에 관심이 가 아버지의 옷장을 뒤지던 그였다. 그는 “세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감각적이라고 느껴지는 ‘에센셜함’이 있는 옷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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