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상 "판소리 들으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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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박혜상이 서울 크레디아 사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문덕관 작가

소프라노 박혜상이 서울 크레디아 사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문덕관 작가

“유럽에 살면서 오래된 건축물을 볼 때면 늘 궁금했어요. 그 시절 우리 선조들은 어떤 감정으로 어떤 노래를 했을지요.”

박혜상은 세계적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DG)이 2020년 아시아 소프라노 최초로 전속 계약을 맺은 성악가다. 2017년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로 통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 단역으로 데뷔한 그는 4년 만에 오페라 ‘마술피리’의 여주인공 파미나 역을 꿰차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새로운 디바로 자리매김했다. 소프라노 조수미, 신영옥, 홍혜경 등 세계 오페라 무대를 제패한 프리마돈나의 뒤를 잇고 있다.

DG 데뷔 앨범에도 한국 가곡을 실어 놓을 만큼 고국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 온 박혜상이 모처럼 ‘한국 가곡 연대기’라는 공연으로 고국 무대에 오른다. 다음달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다.

◇신라 향가부터 슈베르트 가곡까지

박혜상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샤갈의 천장화가 있는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도, 로마의 건축물 사이를 걸을 때도 항상 한국은 같은 시대에 어떤 상황이었을까 떠올렸다”며 “이번 리사이틀은 그런 궁금증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한국과 서양의 음악을 아우르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라 향가인 ‘찬기파랑가’로 시작해 헨델의 아리아, 슈베르트의 가곡과 같은 서양 클래식과 조선시대 시조 ‘북천이 맑다커늘’,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한 무대 위에서 펼쳐낸다.

무대를 채울 악기 역시 피아노와 대금, 첼로 등 동서양의 경계를 허무는 오묘한 조합으로 구성했다. “판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뜨거워져요. 누군가 저 대신 아파해주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성대를 긁어내듯 소리 내야 하는 전통 음악은 성악가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박혜상은 “찬기파랑가와 사랑가를 부를 땐 목소리에 변형이 필요한데 성대를 해치지 않으면서 중간점을 찾는 게 이번 공연의 가장 큰 과제”라며 “부담이 있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한국 가곡을 꼭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200년 전 신라 향가부터 시작되는 이번 시간 여행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가슴에 남는 성악가 될 것”

박혜상이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건 아니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삼수 끝에 미국 줄리어드 음악원에 입학했다. 거듭된 낙방에 “이게 끝인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던 그는 결혼식, 레스토랑 무대를 전전하면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박혜상의 남다른 ‘흥’은 북미와 유럽뿐만 아니라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라틴계 청중들도 매료시켰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 선생님이 저에게 ‘몸 안에 스페인 사람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며 스페인 곡을 많이 부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스페인 음악은 한국 노래처럼 진한 감정을 담아내선지 이유 없이 끌리는 것 같아요.”

박혜상은 이번 리사이틀에서도 ‘아르헨티나의 슈베르트’로 불리는 작곡가 카를로스 구아스타비노의 ‘장미와 버드나무’를 노래한다.

그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 되고 싶다”며 “그동안 타고난 재능에 기대 노래해 왔던 것 같은데 노래는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해서 공부할 게 정말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생 제 한계를 부수며 노래하고 싶다”며 “청중의 귀에 남는 성악가가 아니라 가슴에 오랫동안 기억되는 성악가가 되길 꿈꾸고 있다”고 했다.

허세민/이주현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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