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투명 인간’이 있다. 관객이 볼 수 없지만, 분명 그곳에 있는 존재다. 빈 병상 위에 그가 누워 있다는 설명이 흐르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 전동 침대가 그의 조종에 따르듯 오르내린다. 관객은 보이지 않는 그의 걸음걸이를 머릿속으로 따라간다.
정세영 연출이 이 작품 ‘당신이 날 볼 수 없다는 것만 빼면’으로 다음달 2~3일 독일 최대 규모의 공연 예술축제인 켐니츠 연극제에 오른다. 국립극단의 창작 연구개발 사업 ‘창작트랙 180˚’의 첫 작품이다. 정 연출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실제로 볼 수는 없지만, 관객의 머릿속에서 작동하는 상상을 통해 보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품 개발 프로젝트 이름은 ‘소실점의 후퇴’다. 소실점은 회화에서 나온 개념으로 평행하는 직선을 투시도상에서 멀리 연장했을 때 하나로 만나는 점이다. 정 연출은 소실점 안에서 ‘누가 보는가’의 문제를 발견했다. 정 연출은 “권력이나 힘의 비유로도 사용되는 개념인데, 이를 어떻게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지 살펴봤다”고 말했다.
이에 정 연출은 관객들의 시선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공연을 만들었다. ‘투명 인간’이 등장하는 핵심적인 이유다. 공연은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도 교란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핑클의 노래가 실제로는 재생되지 않지만, 관객은 ‘각인 효과’로 자막만 보고 자동으로 멜로디를 떠올린다. 독일 공연에선 핑클의 노래 대신 독일의 대중가요를 사용할 예정이다.
무대에는 유령도 등장한다. 유령은 흰 천을 뒤집어써 관객에게 보이지만, 없는 존재처럼 취급받는다. 반대로 투명 인간은 무대 위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다. 두 존재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인식의 혼란을 극대화한 장면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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