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가공업계는 최근 ‘삼중고’에 처해 있다. 저출생으로 주 소비층인 영유아가 꾸준히 줄고 있는데, 원유 단가가 오르면서 수익성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내년엔 수입 멸균우유 관세 철폐도 예정돼 있어 값싼 미국·유럽산 우유에 밀릴 것이란 위기감도 팽배하다. 해결책은 수출이지만, 유럽 등 낙농 선진국에 비하면 경쟁력이 낮다.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성공한 국내 유제품은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1년간 눈에 띄는 수출 성과를 낸 기업이 있다. 연세대가 운영하는 비영리·사회공헌 기업인 연세유업이다. 지난해 가공유, 생크림 빵 등을 처음 수출하면서 ‘K유제품 열풍’을 이끌고 있다.
6일 연세유업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딸기·바나나·마카다미아 초코·초당옥수수 등 멸균 가공유 수출을 시작한 후 8개월 만에 850만 팩이 팔렸다. 올해 판매량까지 더하면 1000만 팩이 훌쩍 넘는다. 첫 진출지인 중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반년도 안 돼 300만 팩 이상 팔리자 대만 베트남 몽골 싱가포르 호주 홍콩 등으로 수출 지역을 빠르게 넓힌 결과다. 연세유업은 이 기세를 몰아 올 3월부터 미국에도 멸균 가공유를 수출 중이다. 현재 수출국은 14개국에 달한다.
연세유업 관계자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바나나 우유 등이 ‘필수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K유제품 열풍이 불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연세우유생크림빵’(사진)도 해외에서 인기다. 생크림이 가득한 빵을 반으로 갈라 보여주는 ‘반갈샷’이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유명해지자 해외 유통업체의 납품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연세유업의 기존 ‘매출 효자’는 흰 우유(백색시유)였다. 연세유업은 2009년부터 중국 프리미엄 마트 올레와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유통사 허마셴셩 등을 통해 흰 우유를 판매해 왔다. 현지 가격이 국내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가공유와 생크림 빵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흰 우유 수출 비중을 따라잡았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연세유업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학교법인 연세대 재무제표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 기준 연세유업 매출은 3451억원으로 전년(3053억원)보다 13% 증가했다. 2024회계연도 매출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출에 힘입어 전년보다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유업계 상황이 좋지 않고, 비영리 기업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장세란 평가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