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서버 투자에 MLCC도 품귀현상
고용량제품 이어 범용제품 공급난
구조적 변화 따른 장기화 전망도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붐이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시장의 수급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AI 서버용 고용량 MLCC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조사들이 생산 라인을 AI용 제품에 집중한 결과 범용 제품까지 공급 부족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선전 화창베이 전자시장에서는 MLCC 가격이 짧게는 수십 분 단위로 바뀔 정도로 거래가 과열되고 있다. 중국 선전 화창베이는 글로벌 전자부품 유통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MLCC 등 주요 부품의 현물 가격이 가장 먼저 움직이는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30분마다 새로운 가격이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신 제일재경에 따르면 MLCC 가격은 최근 3개월 연속 상승했으며 최근 한 달 동안 상승 폭이 가장 컸다. 특히 AI 서버에 주로 사용되는 고용량 제품은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일부 제품의 납기가 기존 3~6주에서 20주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AI가 MLCC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MLCC 시장 규모는 올해 42억7000만달러에서서 2028년 48억7000만달러, 2030년 55억6000만달러, 2035년에는 80억9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서버와 전기차, 산업용 전자장비 확산이 중장기 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주요 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세계 1위 MLCC 기업 일본 무라타의 고용량·고부가가치 제품인 47마이크로패럿(㎌) 제품 가격은 1개당 0.2위안 이하에서 0.65위안 수준으로 뛰었다. 삼성전기 제품도 5월 이후 주요 제품 가격이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업인 태양유전과 중국 풍화고과 등도 잇달아 가격 조정에 동참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상승에 대해 단순히 일시적 공급 부족보다 AI가 MLCC 생산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스마트폰과 PC 등 소비자용 전자제품이 MLCC 수요를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AI 서버와 전기차가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특히 AI 서버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전력관리반도체(PMIC), 네트워크 칩 등이 대거 탑재되면서 일반 서버보다 훨씬 많은 MLCC를 필요로 한다. AI 연산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막대한 전력이 오가기 때문에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MLCC 사용량도 많이 증가한다.
문제는 AI용 고용량 MLCC가 생산 캐파를 많이 소모한다는 점이다. 고용량 제품은 범용 제품보다 제조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고 생산 효율도 낮다. 동일한 생산설비에서도 생산 가능한 물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제조사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AI용 제품 생산을 확대할수록 범용 제품 생산 여력은 감소하는 구조다.
AI 수요 확대가 고용량 MLCC 생산 확대를 유도하고 이는 다시 범용 제품 공급 감소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AI용 제품 생산이 늘어날수록 범용 제품 공급은 줄어들고, 시장 전체의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시장 심리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일부 유통업체들은 추가 가격 상승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실수요 증가에 재고 축적 수요까지 겹치면서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생산업체들의 증설 속도가 AI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도 고용량 MLCC를 중심으로 공급 부족과 가격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가격 상승 추세는 단순한 경기 회복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AI 중심으로 MLCC 수요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라며 “AI 서버 투자가 확대될수록 고용량 MLCC 공급 부족은 물론 범용 제품까지 영향을 받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 전기를 댐처럼 저장했다가 필요한 순간 방출해 반도체와 전자기기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전자 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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