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기댄 ‘3% 성장 목표’…온기 확산 위해 K자 양극화 풀어야

2 hours ago 7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올해 3.0%·내년 2.2% 성장 전망…2030년 '3·4·5 비전' 제시
물가·고용 부진, '3高 리스크'…거시지표-체감경기 '온도 차'
"특정 산업 쏠림 완화·낙수효과 위한 구체적 개혁 뒤따라야"

  • 등록 2026-07-15 오전 5:01:03

    수정 2026-07-15 오전 5:01:03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정부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3.0%, 2.2%로 제시하며 경제 대도약을 자신했지만, 반도체 호황에 의존하는 성장만으로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회복을 이끌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수도권과 지방, 자산 보유층과 취약계층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K자형 양극화’가 고착화하며 온기 확산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지표상의 성장이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산업·지역·계층 간 양극화 해소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지표 날개 달았지만…체감은 한파

정부는 14일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명목(경상) 성장률은 30년 만에 최고치인 12.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역시 반도체 호조와 내수 회복세에 힘입어 2.2% 성장을 이어가리란 전망이다.

정부가 제시한 ‘3·4·5 비전’은 2030년까지 잠재성장률을 3%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글로벌 수출 4강 진입과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중기 목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대규모 투자를 마중물 삼아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현재 추세를 유지하고 정책적 노력을 더한다면, 수출과 국민소득 목표는 이재명 정부 임기 내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지표 개선 효과가 체감 경기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과 내수 업종의 회복세는 미약한데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은 고금리와 소비 부진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대응 조치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 목표치인 2.0%를 웃도는 2.6%로 전망됐다. 중동 전쟁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국제 유가와 환율이 다시 요동칠 경우,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취업자 증가폭도 기존 전망(16만명)보다 줄어든 15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측돼 체감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

◇짙어지는 K-양극화…“근본적 구조개혁 뒤따라야”

산업과 지역, 계층을 망라한 사회 전반의 불균형은 정부가 성장전략을 펼치는 데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로 꼽힌다.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에는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가 몰리는 반면 건설과 전통 제조업, 내수 서비스업 등의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하는 수도권 쏠림 현상과, 세대를 불문한 소득·자산 불평등 역시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AI 등 신기술 도입에 따른 일자리 구조 변화마저 예고돼 계층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도 이러한 쏠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계층·기업 간 격차를 좁히는 구조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끊어진 계층 사다리 복원을 위해 첨단 분야 청년 인력 20만명 양성 등을 포함한 청년 대책을 대폭 확대하고 기업 간 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세액감면 점감 구간 신설과 소상공인 맞춤형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

취약계층을 위해 근로장려세제(EITC) 요건을 완화하는 등 사회 안전망 구축에도 힘을 싣는다. 지역 불균형 문제에는 ‘5극3특’ 권역별 성장엔진 지정과 메가특구 조성을 연계한 지방 투자 인센티브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건 거시적 비전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질적인 양극화 해소를 이끌 근본적인 구조개혁 방안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 하락으로 인한 경제 전반의 자신감 상실을 반전시키려는 목표 제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계획된 투자가 어떻게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낙수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성장 전략에 충분히 담기지 않아, 추가적인 정책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정 산업 쏠림으로 인한 불균형 성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3% 성장 전망 등은 반도체 호황에 크게 기댄 결과로, 비(非)반도체 분야로 온기가 퍼지지 않는 ‘K자형 불균형 성장’ 문제가 심각하다”며 “반도체 외 산업을 어떻게 이끌고 전통 산업과의 격차를 해소할지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응해 정부가 확보한 재원을 양극화 해소에 집중 투입하고, 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가 확보된다면, 이를 K자형 성장을 막고 침체된 다른 산업 부문을 부양하는 재정 정책의 재원으로 집중 활용하는 것이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AI나 반도체 등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영업자 지원이나 청년 일자리, 사회 안전망, 복지 등 K자형 성장의 밑바탕을 챙기는 대책은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인다”며 “성장 전략에서 소외된 취약 부문을 적극적으로 부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재정경제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재정경제부)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