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 수술 골든타임 下
재정·교육 전문가의 제언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급증하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학생 수는 계속 감소하는데 국세 수입의 20.79%는 시도교육청에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정되기 때문이다. 50년 넘게 유지돼온 내국세 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한 새로운 '산식'을 만들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16일 매일경제가 마련한 지상좌담회에서는 장기적으로 교육교부금과 일반 예산의 칸막이를 허물어 재정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좌담회에는 재정 전문가인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와 교육 전문가인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명예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등 5명이 참여했다.
먼저 재정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해 교육교부금 증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초중고 학령인구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새 100만명 이상 줄었지만, 교육교부금은 40조원대에서 76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정환 교수는 "교육교부금은 재원이 부족한 분야에 최소 재원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며 "과거 교육재정이 부족한 시절엔 교부금 도입이 취지에 맞았지만, 지금은 학령인구가 감소해 시도교육청에 여유 재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재정학회장인 김우철 교수는 교육교부금이 도입 취지와 달리 선심성 예산을 뜻하는 '포크 배럴'처럼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교육계에선 학령인구 감소와 별개로 학교 시설 운영비와 교사 인건비 등 경직성 비용은 계속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송기창 명예교수는 "물가가 올라가고, 교육 예산 중 60%가량은 인건비이다 보니 완만한 교육교부금 증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내국세 20.79% 연동 재검토를
최대 쟁점은 1972년 설계된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방식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내국세의 20.79%로 고정된 교육교부금 공식을 깨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감소 등을 반영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김학수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내국세에 연동된 산정 방식을 깨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50년 넘게 내국세 연동에 익숙해져 있는 교육감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교육교부금을 전년도 총액을 기준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만큼 증액하되, 학령인구 감소분을 반영해 조정하는 개편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2021년 당시 제안했던 개편안은 일종의 정치적 타협안이었음에도 교육계에서 반발이 컸다"며 "교육교부금을 시급히 개편하지 않는다면 세수 여건이 나빠지는 미래에는 증세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교부금을 선진국 평균에 맞춰 과감히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교수는 "단순히 전년도 교부금을 기준으로 매년 경상성장률만큼 늘려주면 재정 절감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인당 평균 교육재정을 고려해 우리나라 학령인구에 맞는 교육재정 수요를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계 인사들은 교육교부금 총량을 줄이는 결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송 명예교수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세수가 늘어났을 때 줄이는 방안을 논의한다면 반대로 세수가 줄었을 때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국세 연동 틀은 유지하되 증가분에 상한선을 설정해 고등교육 등 더 넓은 영역에 투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 일반예산과 통합은 장기 과제
교육교부금 활용처를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이나 대학 등 고등교육으로 넓혀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중장기적으로 일반 예산처럼 편성해 재정 칸막이를 없애자는 주장도 나왔다.
배상훈 교수는 1995년 '5·31 교육개혁'처럼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인구가 줄어들수록 교육은 맞춤형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가야 한다"며 "AI 시대에 맞는 교육 방식을 연구하고 새로운 평가 방식을 찾는 데 교부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감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배 교수는 "교육감 선거에서 그런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현금성 공약만 제시하니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교육교부금 제도를 일반예산 편성 방식으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그는 "고등교육·평생교육·AI 인재 양성 등 변화한 교육 수요에 맞춰 재원을 유연하게 재배분해야 한다"며 "AI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교육예산 총량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AI 대변혁 시대에 어떤 사업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맞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AI로 인한 새로운 취약계층과 실직자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금이 기자 / 나현준 기자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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