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GDP의 3.5%로 올려야
현재 일본 방위비는 1.8%
일본 정부가 미국의 방위비(방위 예산) 증액 요구에 반발해 미일 외교·국방 장관(2+2) 회의를 취소했다.
2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내달 초 미국 워싱턴DC에서 1년 만에 개최예정이던 ‘2+2 회의’ 취소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최근 일본 측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를 기존 요구액인 3%보다 더 높은 3.5%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존 방위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공공 인프라 등도 포함한 안보 관련 비용을 얘기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어떤 경우가 됐든 일본으로서는 대폭적인 증액이 된다”고 지적했다.
회의 취소와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내달 20일에 치러질 것이 확실시되는 참의원(상원) 선거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FT에 말했다.
외무성 간부는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에 “미국측으로부터 방위비 증액을 요구받은 적이 없다”며 “2+2 회의는 일정 조율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FT 보도를 부정했다.
앞서 콜비 차관은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 3월 청문회에서 일본이 방위비를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에 GDP의 2%로 증액하는 현행 계획은 명백하게 불충분하다면서 가능한 한 조기에 방위비를 GDP 대비 3%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일본 정부는 콜비 차관 발언에 “일본의 방위비는 일본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조잡한 논의를 할 생각은 없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일본 정부의 2025년도 방위예산은 9조9000억엔(약 93조원)으로 GDP의 1.8% 수준이 된다. 일본은 2027년도에 방위비를 GDP의 2%로 올릴 계획이다.
이를 3.5%로 올리게 되면 현재의 두 배인 20조엔 규모가 필요하게 된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소득세 인상 등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가 필수적이다.
교도통신은 ‘2+2 회의’ 취소와 관련해 일본이 방위비를 GDP 대비 3.5%로 올리는 것은 재원 확보 측면에서 전망이 서지 않는다며 “요구받는다면 새로운 마찰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설했다. 이어 “일본 정부, 여당이 선거 전에 미국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요구를 갑자기 받는 것을 피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일 동맹을 안보의 핵심으로 여겨 온 일본이 ‘2+2 회의’를 취소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회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국에도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GDP 대비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새로운 가이드라인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동일하게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