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업의 지분을 확보해 그 수익을 국민에게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I 인프라 확보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오픈AI 등 일부 관련 기업도 여기에 호응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내면서 새로운 형태의 경제 포퓰리즘이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기업 주식을 美 국민에게”
7일 미국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에게 “(AI 기업 지분 인수와 관련해) 조만간 모든 기업과 회의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국민이 AI의 성공에서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대중이 미국 여러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며 “국민을 혁명의 동반자로 만들고, 그들이 부자가 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AI 기업 실적 확대에 따른 이익을 미국 국민이 나눠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오픈AI와 앤스로픽 등에 투자하는 국부펀드 형태의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기업이 보유 지분 일부를 자발적으로 기금에 출연하고, 수조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가치 증가분을 국민이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국민에게 나눠준다는 점에서 90조원의 연방 보조금을 대가로 인텔 지분 10%를 정부가 취득한 것과는 다른 형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년간 트럼프 행정부에 비슷한 아이디어를 제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4월 보고서에서도 “모든 국민에게 AI 주도 경제 성장과 관련한 지분을 제공하는 ‘공공 부유 기금’을 조성하자”고 밝혔다. 당시에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포퓰리즘 비판도
하지만 상당수 AI 기업은 관련 구상에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백악관 회동에 오픈AI와 앤스로픽, 스페이스X 등이 참석한다”고 밝혔지만 앤스로픽은 이 방안에 관해 미국 정부와 논의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올트먼 CEO 역시 백악관 방문 계획이 잡혀 있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 표를 의식해 ‘AI 국민 배당’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유권자 사이에서 AI 혁명이 가져올 경제적 충격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한 전기료 상승과 AI 발달에 따른 일자리 위협 등이 주요 불안으로 꼽힌다.
AI 이익 공유는 당초 좌파 성향 인사가 주장해온 논리와 비슷하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AI 기업이 일회성 세금의 50%를 주식으로 납부하고, 이 자금으로 국부펀드를 조성하는 ‘AI 국부펀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샌더스와는 원래 경제 정책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픈AI는 AI에 적대적인 여론 관리와 막대한 인프라 투자 재원 마련, AI 관련 정부 규제 완화 등 여러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분 공유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정부 보증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프라이어 CFO는 이후 “업계 전반의 확장을 위한 광범위한 틀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AI 국부펀드와 관련한 논쟁이 불거지며 일각에서는 ‘21세기형 사회주의’가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샌더스 의원의 제안에 대해 “자본주의라는 가면을 쓴 사회주의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일자리 보장과 생활비 절감 등 유권자가 즉각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Z세대 사회주의’가 확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을 비롯한 좌파 정치인들이 기후변화, 다양성 확대 등 거대 담론 대신 즉각적인 부의 재분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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