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대납’ 오세훈 1심 벌금 1000만원
“吳 연락 직후 명태균 1차 여론조사 시작
결과표 측근에 전달된 것도 吳 의뢰 근거”
吳 “증거 없이 가능성만으로 내려진 판결”

● 法 “명태균, 오 시장 전화 받고 여론조사”
쟁점은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람이 누구인지였다. 재판부는 특검이 문제 삼은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이 오 시장의 의뢰로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명 씨가 여론조사 설문지와 결과표를 오 시장 최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보낸 점, 강 전 부시장의 문제 제기에 따라 여론조사 표본 수가 수정된 점, 명 씨가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에 관해 설명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오 시장이 강 전 부시장을 통해 명 씨에게 의뢰하고 결과를 받아본 뒤 자신의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 씨가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특정되는 여론조사 5건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오 시장에게 결과지가 전달되지 않았거나, 여론조사 비용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입금 시기 등이 특정되지 않은 나머지 5건은 무죄로 판단했다.오 시장 측은 후원자 김 씨가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씨는 자발적으로 명 씨를 만난 게 아니라 오 시장 또는 강 전 부시장의 요청을 받고 명 씨를 만난 걸로 보인다. 김 씨가 전엔 만나본 적 없는 명 씨를 도와주려는 이유로 거금을 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오 시장이 의뢰한 여론조사 비용은 정치자금에 해당하는 게 맞다”고 못 박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 전 부시장에 대해선 “오 시장의 최측근으로서 범행의 불법성을 잘 알면서도 범행에 가담했다”며 벌금 300만 원을, 김 씨에겐 “명 씨와 나눈 통화녹음 파일 전부를 삭제하는 등 범행 이후 정황이 좋지 않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 “오세훈, 당선 위해 명태균 여론조사 필요” 판단오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서울시장직을 걸었다가 투표율 미달로 개표함도 열어보지 못하고 사퇴했다. 이후 오 시장은 2016년 총선과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2020년 총선에서 잇달아 낙선했고 재판부도 “정치적 입지가 위축된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이 국민의힘 예비 경선 후보로 등록할 때 당내에선 나경원 의원 등이 경쟁자로 뛰고 있었다.이에 오 시장이 선거 판도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명 씨에게 먼저 연락했다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2020년 12월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소개로 명 씨를 처음 만났고, 2021년 1월 나 의원이 자신보다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공표되자 명 씨에게 연락했다”며 이날 오 시장의 연락 직후 명 씨의 첫 번째 여론조사가 실시됐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주 경쟁자인 나 의원의 당내 지지를 의식하며 자신의 강점인 일반 시민 대상 지지도를 어필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오 시장을 향해 “다년간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역임하면서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나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자금법은 2004년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던 오 시장 등이 주도해 개정됐다. 지구당을 폐지하도록 한 정당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정안 등을 묶어 ‘오세훈법’이라고 불렸다.
앞서 김건희 여사는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24일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같은 혐의로 13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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