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에어인디아 소속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사고 원인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고기가 보잉의 최신 중장거리 기종인 787 드림라이너로 알려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신뢰 회복에 공을 들여온 새 경영진의 전략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보잉”…연이은 사고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으로 향하던 에어인디아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객 242명 중 단 한 명을 제외하고 241명이 사망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고기는 보잉의 787 드림라이너다.
이번 사고기는 2009년 시험비행을 시작한 이후 상업운항에 투입된 기종으로 현재까지 70여 개 항공사에 1100대 넘게 인도됐다. 이번 사고는 해당 기종의 첫 추락 사고다. 지난해 3월에도 칠레 LATAM항공 소속인 같은 기종이 호주 시드니에서 이륙해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향하던 중 급강하했지만 다행히 추락 사고는 면했다.
보잉의 여객기 사고는 최근 몇 년간 반복되고 있다. 2018년 189명이 사망한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2019년 157명이 숨진 에티오피아항공 사고 모두 737 맥스8 기종에서 발생했다. 작년 1월에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알래스카항공 소속 737 맥스9가 비행 도중 도어플러그가 이탈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보잉은 생산 과정에서 잦은 차질을 빚기도 했다. 2013년 787 기종의 배터리 화재로 전 세계 운항이 4개월간 중단됐고, 최근 품질 문제로 같은 기종의 인도가 2년 가까이 지연됐다. 지난해 보잉 공장 노동자 3만3000명이 16년 만에 파업을 벌여 공장이 두 달간 가동을 멈췄다.
보잉은 잇따른 악재 이후 지난해 8월 엔지니어 출신 로버트 켈리 오트버그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오트버그 CEO는 취임 이후 생산 안정화와 품질 관리 프로세스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파업을 마무리 지었고, 2017년 발생한 라이언에어 사고와 관련한 미국 법무부의 형사기소에 합의했다. 이런 노력에 보잉 주가는 올 들어 약 20% 상승했다.
그러나 취임 1주년을 두 달 앞둔 시점에 대형 사고가 또다시 터져 오트버그 CEO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AP통신은 “보잉이 여전히 고난의 시대를 겪고 있으며, 이번 사고는 미국 대표 제조업체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여객기 이륙 5분 만에 추락
이번 사고는 인도 서부 아마다바드 국제공항에서 발생했다. 런던으로 향하던 AI171편 드림라이너가 이륙 5분 만인 오후 1시38분께 추락했다. 이륙 직후 조종사는 ‘메이데이’를 외쳤고, 비행기는 곧 추락했다.
이날 사고기는 아마다바드 의대 기숙사 건물 위로 추락해 지상에서도 희생자가 발생했다. 인도 의료협회에 따르면 의대생 5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에어인디아는 사망자 유족에게 보상금 11만7000달러(약 1억5000만원)를 지급하고 부상자 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사당국이 엔진 추력 상실 또는 출력 저하 가능성을 중심으로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엔진 성능 저하, 과적, 조정면·패널 오작동, 보다 심각한 기계 결함 등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