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 규제 피해 AI 기업 몰려…홍콩증시, 5년만에 최대 호황

1 week ago 16

본토 규제 피해 AI 기업 몰려…홍콩증시, 5년만에 최대 호황

올해 들어 홍콩 증시가 상승세다. 기술력과 잠재력을 갖춘 중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앞다퉈 홍콩 증시에서 상장하고 있어서다. 이에 힘입어 홍콩 증시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6일 시장조사업체 딜로직과 런던증권거래소그룹에 따르면 올 1분기 홍콩 증시의 1·2차 주식 발행 규모는 132억6000만달러(약 19조9500억원)로 집계됐다. 2021년 이후 최대 규모이며 미국 나스닥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등을 앞지르는 수치다.

올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종목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나타낸 건 대표적 중국 AI 기업 즈푸와 미니맥스다. 둘 다 IPO 이후 주가가 400% 이상 급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기업이 IPO로 약 13억달러를 조달했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AI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제이슨 루이 BNP파리바 아시아태평양 주식 및 파생상품 전략책임자는 “지난해 딥시크 모멘트를 기점으로 대형 기술주를 집중 매수하던 중국 기업 투자자들이 지금은 AI 모델 개발 기업, AI 반도체, AI 서버 관련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가 아니라 AI산업 자체에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AI 기업들이 홍콩 증시를 주요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올해 IPO 활황에 도움이 됐다. 중국 기업은 해외 진출 및 연구개발 투자 관련 자금 수요를 홍콩 증시를 통해 해결한다.

2024년 말부터 중국 당국이 선전과 상하이 등 본토 증시 상장 규정을 까다롭게 해 기업들이 홍콩 증시로 눈을 돌린 영향도 있다.

올 1분기 홍콩 증시에 신규 상장한 38개 기업에는 반도체 설계 업체인 상하이 일루바타코어엑스, 악세라 반도체를 비롯해 농업 기업 무위안식품, 편의점 체인 비지밍 등 다양한 업종이 포함됐다. 현재 홍콩 증시에는 400개 이상의 기업이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 본토 증시가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상하이·선전 증시로 회귀를 검토하는 중국 기술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상하이 스타마켓과 선전 차이나넥스트를 중심으로 기술 기업의 상장 제도를 대폭 완화하는 데다 직접금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중국 자본시장 구조가 변하고 있어서다. 홍콩 IPO 심사 기준이 강화돼 상장 절차가 다소 지연되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베이징 내 벤처캐피털의 한 투자 매니저는 FT에 “포트폴리오 기업 가운데 AI·양자컴퓨팅 관련 회사가 상하이 스타마켓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최근 몇 주 동안 중국 규제당국이 IPO 열기를 완전히 꺾지 않으면서 과열을 식히기 위해 저품질 기업을 걸러내는 방향으로 시장을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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