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넘어 ‘고립의 시대’로… 한국인 74% “나와 다르면 신뢰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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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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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불신을 넘어 사회 구성원 간의 연결이 끊어지는 이른바 ‘고립의 시대’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글로벌 PR 컨설팅 그룹 에델만 코리아가 발표한 ‘2026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정부·미디어·NGO에 대한 평균 신뢰 비율인 ‘신뢰지수’는 한국이 46%로 글로벌 28개국 평균 57% 대비 낮았다.

에델만은 매년 세계 여론 주도층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정부, 기업, NGO, 미디어 등 주요 사회 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분석한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6주년을 맞이한 2026년 조사 결과, 핵심 트렌드는 ‘사회적 단절’로 공통된 가치와 신뢰 기준이 해체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조사 결과 한국인 응답자의 74%가 자신과 다른 가치관, 정보원, 사회 문제 접근 방식을 가진 사람을 신뢰하지 않거나 신뢰를 망설이는 이른바 ‘고립적 사고’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70%를 웃도는 수치로, 성별로는 남성(77%)이 여성(72%)보다 높았고, 연령별로는 55세 이상 연령층에서, 소득별로는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 직장 내 갈등으로 번진 ‘신뢰 위기’

이러한 고립적 사고는 심리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경제적 손실과 조직 내 협업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조사 대상 28개국 중 한국의 기업 신뢰도는 26위, 고용주 신뢰도는 최하위인 28위를 기록했다. 실제로 직장인의 37%는 자신과 가치관이 다른 관리자에게 보고하느니 차라리 부서를 옮기겠다고 답했으며, 33%는 정치적 신념이 다른 프로젝트 팀 리더의 성공을 돕는 데 노력을 덜 기울이겠다고 응답해 깊은 조직 내 갈등을 드러냈다.

이러한 고립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불안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응답자의 66%가 국제 무역과 관세 갈등이 회사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했으며 70%가 경기 침체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우려했다. 또한 생성형 AI 도입에 따른 위기감도 컸는데, 고소득층(31%)보다 더 많은 저소득층(54%)이 AI에 뒤처질 것을 우려했다.

● 불안을 먹고 자라는 단절… AI와 미디어가 부채질 편향된 정보 소비를 부추기는 미디어 환경도 고립적 사고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인 응답자의 64%는 외국이 허위 정보로 한국 사회의 분열을 조장할 것을 우려했으며, 71%는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일치하고 이를 강화하는 콘텐츠만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출처의 정보를 최소 주 1회 이상 접한다는 비율은 전년 대비 오히려 6%포인트 감소했다.

미래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다음 세대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한국인은 23%에 불과해 글로벌 평균(32%)에 크게 못 미치며 사회 전반에 확산된 고립감을 증명했다.

● 미래에 대한 비관… 해법은 ‘신뢰의 재연결’

에델만 코리아는 이처럼 갈등과 고립감이 만연한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무너진 신뢰를 재연결(bridging)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기업은 사회적 갈등이 벌어졌을 때 특정 편에 서기보다는 ‘해결책 모색을 위한 협력 촉진(33%)’ 역할을 수행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한국인 응답자의 76%가 기업이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직원 간의 교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75%는 기업이 시민단체 같이 연관되지 않은 조직과도 협력해 문화적·정치적 경계를 넘는 대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장성빈 에델만코리아 대표는 “불신을 넘어선 고립은 사회적 합의를 불가능하게 하고 국가 경쟁력을 저해한다”며 “차이를 없애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신뢰 재연결’이 기업과 정부의 필수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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