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산 닭고기 수입금지에…닭강정 가격 1만→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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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의 한 시장에서 9년째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지난주 닭강정 중(中)자 가격을 1만 원에서 1만2000원으로, 대(大)자는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2000원씩 올렸다. 김 씨는 “1kg당 4500~6000원이던 브라질 닭고기 소매가가 1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며 “임시방편으로 가격을 올려 영업하고 있지만 브라질 닭고기 가격이 안 떨어지면 팔아도 손해여서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지(HPAI)가 발생한 브라질산 닭과 계란 수입이 17일부터 금지되면서 국내산보다 저렴한 브라질 닭고기를 주로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외식·유통업계에 따르면 1kg당 브라질 닭고기 거래 가격은 2배 가까이 뛴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닭고기는 국내산에 비해 맛과 신선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살집이 두툼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이 때문에 대부분 닭강정·닭꼬치에 사용된다. 닭꼬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한 사업가는 “국내산 닭은 가격이 비싸고 강정이나 꼬치를 만들기에는 크기가 너무 작다”며 “국내 닭강정·닭꼬치는 대부분 브라질산 닭고기로 만든다”고 말했다.

브라질산 닭고기는 2005년 9월 수입을 시작한 이래 유통량을 늘려 왔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량은 2015년 9만359t에서 2020년 12만4389t, 지난해에는 15만8355t까지 늘었다. 이는 지난해 국내 닭고기 소비량(79만1000t)의 20%에 해당한다. 전체 수입 닭고기 가운데 브라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90.7% △2020년 89.8% △2024년 85.7%로 80~90%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4월 기준 닭고기 수입량 7만2215t 중 89%인 6만4295t이 브라질산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브라질 닭고기는 주로 동네에서 개별적으로 장사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공급됐다. 갑자기 치솟는 가격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이유다. 술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최악의 내수침체 속에서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가 ‘카운터 펀치’가 됐다”며 “이대로라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가격 급등 상황을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유통업자들의 행태도 영세 업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간 유통 업자들이 냉동 창고에 재고가 있는데도 가격을 더 올려받기 위해 판매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일부 자영업자들은 브라질 닭고기를 이용한 메뉴를 없애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당분간 깐풍기를 팔지 않을 작정”이라며 “원가가 5000원 올랐다고 판매 가격을 5000원 올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교촌, BBQ, BHC 등 대형 업체들은 국내산 닭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브라질 닭고기 수입 금지가 장기화 할 경우 국내산 닭고기 수요가 높아지면서 연쇄적으로 치킨 가격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우선 전면 중단했던 브라질 닭고기 수입을 일부 재개하기로 했다. 브라질 내 AI 미발생 지역에서 생산한 닭고기만 선별해 수입하는 ‘지역화’ 방식을 활용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수입 물량이 실제 AI 미발생 지역에서 생산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역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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