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이르면 다음주 미국에 새로운 무역 협정 제안서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EU가 대미 무역 장벽 완화,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대미 투자 확대 등을 담은 협상안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는 이번 제안서에서 미국 측에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완화 방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산 에너지 상품의 구매 의사를 명시할 예정이다. 중국의 철강 생산능력 과잉 등 글로벌 산업 이슈에서도 미국과의 공조를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제안서 최종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과 협의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EU 집행위가 내부 조율을 계속하고 있어 초안은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EU는 이번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EU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선 보복 조치 재개 시나리오도 동시에 준비 중”이라며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 확대 및 수출 제한 품목 지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U는 최악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대미 분쟁 절차 개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최고 145%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EU는 중국이 미국 대신 유럽으로 수출을 몰아오는 ‘우회 수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U는 지난달 14일 미국과 본격적인 관세 협상에 나서며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매긴 데 대한 보복 조치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같은 달 10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EU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기존 20%에서 10%로 인하됐다. 블룸버그는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유예 종료 시점에 맞춰 상호 보복관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