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인 빅터 차 교수는 한미 무역 협상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에서의 난항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근 가까워진 북한과 러시아에 대해선 우리나라에 있어 가장 큰 안보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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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19일 세계경제연구원과 우리금융그룹이 공동 주최한 서울 국제금융컨퍼런스 언론 간담회에서 한미 협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차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방부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국방장관 고문을 지냈고, 부시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 및 6자회담 미국대표단 수석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차 교수는 지난 7월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관세협상의 후속인 투자 협상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이익 배분 문제에서 강경하다”면서 “양국이 타협 의지는 있으나 합리적 수준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일본이 이미 미국과 협정을 맺은 점 그리고 현대차 조지아 공장 사태와 비자 문제를 협상의 복잡한 요인으로 꼽으며 “각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만큼 향후 협상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달 말 우리나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 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간 2차 정상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보다 무역 불균형 해소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연내 회담을 원하고 있어, 베이징에서 미·중·북 3자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차 교수는 현재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 강화를 꼽았다. 그는 “중국은 일정 부분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지만, 북한처럼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며 “북러 관계는 냉전 시절보다 더 깊고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에 핵잠수함·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럴 경우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사실상 ‘생존 가능한 핵전력’을 갖추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이미 50여기 핵무기와 추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 비핵화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은 비핵화 목표를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차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이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첫 워싱턴 외교 연설에 대해 “전혀 긴장하지 않았고, 준비된 발언뿐 아니라 즉석 질문에도 논리적이고 자신감 있게 답했다”며 “과거 한국 대통령들이 미국 공개석상에서 대체로 ‘스크립트’에 의존했다면, 이 대통령은 즉흥적이면서도 조리있게 대응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