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러닝 열풍이 뜨겁다. 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해 지방 여행은 물론, 해외로 떠나는 러너도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여행지에서 달리는 이른바 '런트립(Run+trip)' 수요가 늘면서 주요 여행사들이 앞다퉈 상품을 출시할 정도로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 21일 한국 최연소 세계 6대 마라톤 완주자이자 '러닝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안정은 런더풀 대표와 제시카 민 스카이스캐너 여행 트렌드 및 데스티네이션 전문가와 만나 인터뷰했다.
러닝의 일상화…여행에서도 놓치지 않는다
최근 러너들 사이에서 '런트립'이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안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런트립을 떠나는 이들이 많았다"면서도 "최근 들어 스스로 건강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면서 러닝 인구 자체가 수치상으로 최소 10배 이상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경험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해외여행에서도 자유여행을 즐기며 스냅사진을 찍는 것처럼 마라톤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으로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는 국내 러닝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매년 마라톤 대회가 늘어나고 있지만 참가신청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후문. '빛의 속도로 클릭해야 한다'는 대학 수강신청에 비유될 정도다. 국내 대회 참가가 어려워 해외 대회로 눈을 돌리는 러너들도 늘고 있다.
안 대표는 "마라톤 대회 접수만 봐도 코로나19 이전에는 대회 직전까지도 현장접수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접수 1분 만에 3만명 규모가 모두 마감될 정도"라고 했다.
그는 "해외 마라톤도 국내 마라톤보다 신청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비슷하게 어렵지만, 대회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면서 "괌이나 사이판 마라톤과 같이 지역 마라톤은 500명 정도로 소규모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신청하기에 더 수월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제시카 민 여행 전문가는 "매일 하는 러닝을 여행지에서 아름다운 곳이나 뛰기 좋은 유명한 곳에서 해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꼭 뛰러 가기보단 일상적 러닝을 여행에서도 놓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여행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취미 넘어 여행 즐기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아
스카이스캐너가 한국인 러너 1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5%가 '러닝을 목적으로 국내외 여행지로 떠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22%는 '해외로 런트립을 떠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런트립을 떠나고 싶은 동기로는 '여행 동반자에게 러닝의 즐거움을 소개하기 위해(39%)', '새로운 여행지를 독특한 방식으로 탐험하기 위해(37%)'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스카이스캐너는 "러닝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여행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국내 런트립 트렌드처럼 해외에서도 달리기 대회 참가를 위해 다른 나라로 떠나는 수요가 많은지 묻자 안 대표는 "인기보다는 보편적 일상으로 보인다"면서 "동남아 러너들 가운데 한국의 러닝 인플루언서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마치 K-팝 팬이 여행 오는 것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러닝 인플루언서를 보러 한국에 오거나, 한국인 러너들이 동남아를 찾아 러닝 클래스나 코칭 세션을 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한 방한 외국인 여행객 수요와 관련해 제시카 민 여행전문가는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인용해 "경주벚꽃마라톤 참가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20% 증가, 서울마라톤의 경우 전년 대비 약 26% 증가했다"며 "해외에서 러닝은 오랫동안 즐겨왔던 운동이자 취미이기 때문에 한국 여행지가 유명해지다 보니 한국으로 와서 뛰고 싶어 하는 여행객들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또 "외국에서 오는 러너들도, 한국에서 뛰거나 해외로 가는 한국인 러너들도 러닝만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여행 자체를 경험하기 위해 평소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에서 러닝까지 모든 것을 경험하기 위해 런트립을 떠난다"고 했다.
7대 마라톤 지역 인기…미리 예약해야 비용 절약
러닝 입문자와 전문가들을 위한 런트립 추천 여행지로는 일본, 홍콩 등 단거리 여행지를 추천했다. 안 대표는 "입문자라면 우리나라와 기후가 맞고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홍콩을 추천한다"며 "중급자라면 인도네시아 발리, 말레이시아 등 더운 나라를, 상급자라면 해외 풀코스 마라톤이나 대륙을 넘어 미국, 유럽 쪽 풀코스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세계 7대 마라톤 대회 가운데 한국인 러너들이 가장 참여하고 싶은 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보스턴 마라톤'과 세계 최대 규모의 '뉴욕 마라톤'이 꼽힌다. 두 전문가는 전 세계 러너들이 몰리는 만큼 대회 기간 항공편과 숙소 수요가 오르니 미리 선점하는 게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꿀팁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 대표는 "7대 마라톤의 경우 보통 6개월~1년 전에 신청 홈페이지가 열린다"며 "추첨으로 당첨되면 바로 항공권이나 숙소를 결제해야 한다. 대회 주간에는 숙소 가격이 10배 가까이 오르기 때문에 미리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시카 민 전문가는 "'무료 취소 가능 숙소'를 확인해 미리 잡아놓고, (항공은) 다구간 검색을 활용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여행은 이르게 계획할수록 대안이 많고 저렴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런트립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안 대표는 "개별여행으로 런트립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며 "혼자 뛰는 게 심심하다고 생각하면 밍글링(집단) 세션에 참여해도 좋고, 현지 러닝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싶다면 여행사를 통한 여행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제시카 민 전문가는 "런트립은 러닝과 여행의 즐거움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경험인 만큼, 예산과 동선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숙소 검색 시 '지도'를 활용하거나 마라톤 코스의 도착지 또는 인기 러닝 루트와 가까운 순서대로 상품을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