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의 비극이 공사 마무리 단계에 집중돼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빨리빨리' 문화와 무리한 공기 단축 압박이 막바지 작업 중 사고를 부른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사망사고 발생 건설 현장을 분석한 결과 사망사고 발생 현장 239곳 중 39곳(16.3%)은 공정률이 90% 이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망사고 6건 중 1건이 준공을 코앞에 둔 시점에 발생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2월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초등학교 창호 교체 공사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막바지 실리콘 작업을 하다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졌다. 두 달간 진행된 공사가 끝나기 불과 3일 전에 발생한 사고였다.
전문가들은 공사 막바지에 접어들면 발주처의 준공 압박이 거세지면서 여러 공종(전기·도장·설비·조경 등)이 한 공간에 뒤섞여 무리하게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 간 동선이 엉키고 기본적인 안전 절차가 생략되면서 사고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앞서 붕괴사고가 났던 포스코이앤씨 신안산선 건설 현장의 경우 올해 4월에서 내년 12월로 개통을 연기했는데, 이마저 당초 시행사인 넥스트레인이 국토교통부에 희망한 2029년 4월보다 무려 28개월 앞당겨진 일정이었다. 수개월간 지속된 공사로 인한 '안전 피로도' 역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공사 초기에는 팽팽했던 긴장감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이완되고 막바지엔 공사가 거의 끝났다는 생각에 안전 수칙을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