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다방 권리금이 이렇게 큰 폭으로 떨어진 건 본 적이 없어요. 작년만 해도 매출이 4000만원 가까이 나와 권리금을 1억8000만~2억원까지 받을 수 있던 가게가 지금은 권리금이 절반도 안 되는데 계약이 안됩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의 한 주택가 건물 1층을 임차한 빽다방 매장은 손님이 적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 매장은 주변에 주택이 밀집해 있고 지하철역도 가까이 있어 유동인구가 확보된 입지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 논란이 불거지면서 매출이 20% 가량 줄었다고 했다.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변에 저가 커피 매장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매출이 정체되는 추세라 들었다”며 “최근 백종원 대표 논란이 일자 점주들이 매장을 양도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 사이에 저렴한 커피 프랜차이즈로 인기를 끌던 ‘빽다방’이 흔들리고 있다. 매년 수백 곳씩 신규 점포를 출점하며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원자재 급등에도 소비자 판매가는 크게 인상하기 어려워 수익성이 악화하는 추세다. 특히 백 대표 인지도에 기대 홍보 효과를 크게 봤지만 최근 상황이 급반전되면서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우려하는 점주들이 많다. 그러면서 매장을 접거나 매물로 내놓는 점주들이 늘어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점포 거래시장에서 빽다방 점포 매물이 늘고 있다. 온라인 점포 직거래 플랫폼 아싸점포거래소에서 지난 22일 기준 매물로 나온 빽다방 점포는 23곳으로 집계됐다. 개인간 거래를 하거나 중개사무소를 통하는 등 이 플랫폼을 통하지 않은 매물까지 합산하면 실제 매물은 수십 곳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봤다.
명의를 변경하거나 가맹 계약을 해지한 점포도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빽다방, 컴포즈커피, 메가커피 등 저가 커피 매장 중 2023년 기준 명의를 변경했거나 계약을 해지한 점포는 총 128개로 2년 전(73개) 대비 75.3%가 증가했다.
장사를 접으려 매장을 내놓은 점주들이 늘어난 것은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크다. 원두나 우유 등 각종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지만 본사는 가격 유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빽다방은 현재 아메리카노 가격을 1500원,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2000원을 받고 있다. 저가커피 브랜드 중에서도 최저가 수준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 기준 저가커피에 주로 사용하는 로부스터 원두는 지난 21일 기준 톤(t) 당 5253달러로 2년 전(3823달러)보다 37.4% 올랐다. 특히 빽다방은 상반기 중 일반 원두 대비 가격대가 있는 '스페셜티 원두' 블렌딩 비율을 두 배로 늘리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스페셜티 원두는 국제 스페셜티커피협회(SCA)로부터 100점 만점 기준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원두를 뜻한다. 전체 원두의 약 7%만 스페셜티 원두로 분류된다.
되레 원가를 높이는 쪽으로 운영 방침을 세운 것이다. 원두 값이 오르면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본사로부터 받아오는 납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빽다방 내부에선 임대료와 인건비, 배달비 등 매장 운영에 소요되는 각종 직·간접 비용이 누적되면서 점주들의 가격 조정 요구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 커피 점포가 엄청나게 늘면서 가맹점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2021년 3863개였던 3사 커피의 매장 수는 4년 만에 7933개로 2배 넘게 늘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택해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는 저가커피 점포 특성상 입점 지역이 비슷해 가까운 거리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게다가 점포가 인구 밀집지역에 위치하는 만큼 임대료 부담도 상당한 편이다.
빽다방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월매출이 2000만원 이상 나와도 재료비가 매출의 40%에 육박하는 데다 월세에 인건비, 로열티 비용 등을 제하면 300만원 조금 넘게 가져가는 상황”이라며 “최근엔 엇비슷한 점포가 워낙 늘어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라 이익도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 부쩍 늘어난 양도 매물은 백 대표를 둘러싼 논란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의 ‘빽햄 논란’을 시작으로 농지법 위반 의혹, 된장 등 성분의 원산지 표기 위반 의혹 등으로 수차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경기 지역 일부와 지방에선 권리금을 두세 차례씩 낮추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지역에선 권리금을 4차례 낮추고도 양도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사이 권리금 금액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빽다방처럼 인지도 있고 자영업 수요가 많은 저가커피 업종 특성상 흔치 않은 사례라는 전언이다.
한 프랜차이즈 점포 입지분석 전문가는 “점주들이 권리금이 더 낮아져 손해를 볼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라며 “빽다방은 브랜드 호감도를 업고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권리금 장사를 목적으로 뛰어든 점포가 많은 편이다. 부정적인 이슈가 반복돼 권리금이 떨어지는 추세를 보일수록 이들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