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9일부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상업적 판매와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사교육 업체들이 합격자 학생부를 긁어모아 고액 컨설팅 장사를 하거나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로 악용하는 비정상적 관행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작 메가스터디·진학사 등 유명 사교육 업체들은 평온해 보였다. “애초에 학생부 컨설팅 서비스가 주요 수익원이 아니니 금지하면 중단하겠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이런 업체들은 몇만 원 혹은 무료에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입시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비명에 가까운 우려가 터져나온다. 그동안 수험생들은 사교육 업체가 축적한 방대한 합격자 학생부를 이정표 삼아 자신의 객관적인 위치를 가늠해 왔는데, 이제 그 길이 막혔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시장을 단죄하면서 정작 이를 대체할 명확한 공공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대입 정보 포털 ‘어디가’ 등 공공 플랫폼을 통한 상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십만 명에 달하는 수험생의 세밀한 1대1 매칭 수요를 감당하기엔 인력과 인프라스트럭처 모두 부족하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어디가 서비스만으로는 대학마다 다른 반영 비율 계산이 불편해 직접 엑셀식을 만들어야 할 판”이라는 불만이 올라온다.
반대로 어딘가에서는 조용히 웃고 있는 이도 있을 것이다. 불안해진 수험생들은 강남권의 네트워크를 동원한 ‘음성적 고액 컨설팅’이라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장을 외면한 규제는 왜곡된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가장 큰 피해는 정보 접근성이 낮은 일반·지방 수험생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대입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명분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의를 가지고 만든 정책이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정밀한 공공 인프라가 모자란데 ‘금지 카드’부터 꺼내 든 이번 조치가 수험생들의 고민만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도와줄 보완책이 시급하다.
[이용익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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