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이하 마이크론)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 수준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다음달 공개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에선 '장기공급계약(SCA·Strategic Customer Agreement)' 내용도 공개되면서 메모리 기업의 실적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 마감 후 마이크론은 올해 회계연도 기준 3분기(3~5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93억달러) 대비 346% 증가한 414억6000만달러(약 64조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358억4000만달러(약 55조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5.11달러로 역시 전망치 20.78달러를 넘어섰다. 영업이익률은 80.4%까지 뛰었다.
이에 더해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미 회계연도 4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500억달러(약 77조원) 안팎을 제시했고 영업이익률도 86% 수준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마이크론은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13% 이상 급등했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은 역대급 서프라이즈"라며 "매출과 마진, EPS 모두 시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고 차기 분기 가이던스도 컨센서스를 크게 뛰어넘어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강도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마이크론 실적 발표 중 장기공급계약(SCA) 내용이 공개된 데 주목했다. 마이크론은 향후 3~5년의 장기계약을 총 16건 체결했고 이는 향후 매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중 14개 계약의 최소보장금액(RPO)은 1000억달러(약 15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16건 가운데 14건의 RPO는 1000억달러 수준"이라며 "여기서 220억달러(약 34조원)는 선급금으로 받았고 이 중 현금은 180억달러(약 28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장기계약을 한 고객사를 통해 다년 물량과 가격 조건을 '의무인수계약(Take-or-Pay·계약 물량의 실제 인수 여부와 관계없이 약정 대금을 지급하는 계약)'으로 고정하며 메모리 사업을 계약 기반 인프라 모델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향후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의무인수계약 구조는 고객이 약속한 물량을 실제로 다 가져가지 않더라도 원칙적으로 일정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계약"이라며 "이는 재고가 항상 문제가 된 과거 메모리 업체의 가격과 물량 리스크를 (고객사가) 장기적으로 함께 떠안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세환 연구원도 "이번 성과의 본질은 '사든 안 사든 돈부터 내라'는 마이크론의 가격 결정력이 이익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라며 "수령 예정 선수금과 재무약정이 약 220억달러인데 이는 270억달러에 달하는 설비투자액(CAPEX)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마이크론의 이번 분기 역대급 실적이 사실상 고대역폭메모리(HBM) 때문이었다는 점이 증명되면서 글로벌 HBM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과 공급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을 수혜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4 양산을 시작한 이후 약 130일 만에 관련 매출 10억달러(약 1조5380억원)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도 주요 고객사를 중심으로 HBM4 공급을 확대하며 차세대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현재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최대 100조원, SK하이닉스는 7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는데 이번 마이크론 실적 발표 이후 추가 상향 가능성도 나온다.
앞서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부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74%와 71.5% 수준이었는데 이번 분기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이 8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처럼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80%를 넘어설 경우 이익 전망이 추가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 2분기에도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본격적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재평가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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