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의 정치화’ 논의한다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역사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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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논의하기 위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임시회의가 26일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사법의 정치화’ 우려를 반영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회의 개최에 대해 많은 법관들이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회의에서 제시된 결론이 대법원장에게 건의될 가능성이 있으나, 법적 구속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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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대법관 임명 사법파동서 출발
소장파發 ‘법원 개혁’ 이끌어
2018년 대법원규칙 제정되며
공식기구 자리매김…연2회 정기회의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14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14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속도’ 논란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가 26일 열린다. 해당 회의에서 ‘사법의 정치화’와 관련한 토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근원과 의의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2003년 사법파동 당시 자생적으로 생겨난 회의체다. 당시 명칭은 ‘전국 판사와의 대화’였고, 내부 의견 수렴을 위해 소집됐다.

당시 대법관 임명을 둘러싸고 고위 법관과 중견·소장법관 간에 내부 갈등이 발생했다. 고위 법관들은 대법관 선출을 종전 관행에 따라 ‘서열순’으로 선정해야한다는 입장이었고, 소장파 법관들은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다양한 입장이 조화를 이룬 대법원 구성을 위해 새로이 검증된 법조인이 제청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지금과 달리 대법원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은 “최종판단은 대법원장이 하도록 해야한다”고 했고, 박주선 민주당 의원도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있다”고 했다.

하지만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인선 개혁’에 동의하는 연판장에 서명하며 파장은 커졌고, 2003년 8월 18일, 법관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판사와의 대화’가 긴급 개최됐다. 이 같은 논의 덕에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고착화된 ‘서열 중심’ ‘남성 중심’ 시대가 막을 내렸다. 다음해인 2004년, 48세에 불과한 김영란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첫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해당 인사는 성별의 장벽 뿐만 아니라 서열(기수)순 선임 관행까지 파괴한 인사였다.

이 같은 법원 개혁 과정을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주도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세월이 흘러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018년 4월, 대법원규칙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규칙이 만들어지며 공식기구가 됐다. 공식기구가 된 계기는 2017년 불거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다. 2017년 6월부터 ‘판사회의’란 이름으로 6개월에 걸쳐 사법부 관련 의혹 해결방안을 논의해 온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결국 ‘상설기구’화가 결정됐다.

2018년부터 정기 회의를 매해 두 차례 연다. 매년 4월 둘째주 월요일과 12월 첫째주 월요일에 열린다. 성원은 총 117명으로 구성원 5분의 1 이상이 동의할 경우 임시회의를 열 수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 회의는 날짜가 하필 9일이었다. 12·3 비상계엄사태 불과 6일 뒤였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의장을 맡은 김예영 당시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사법부의 법관으로서 헌정질서를 수호하는 것은 당연히 수행해야 할 본연의 임무”라며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집단적 의견 표명을 자제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직후인 올해 1월 22일 임시회의를 갖고 “서부지법 공격은 헌법질서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정기회의 개최일인 지난달 14일에 열렸다. 김예영 의장의 연임 등을 결정하고 시스템·인사 등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설명을 듣는 자리였다.

오는 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임시회의로는 넉 달만에 다시 열린다. 구성원 중 5분의 1 이상이 대법원의 이례적인 신속한 판결에 대해 논의를 가져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해 열리게 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원 개혁’을 이끌어 오는 과정에서 ‘진보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일각의 시선이 있다. 하지만 이번 임시 회의는 결론을 내리기 녹록치 않아 보인다. 26명의 구성원이 회의 개최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이보다 세 배 가량 많은 70여명의 법관들이 회의 개최 자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회의 개최에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정치권의 사법부 압박이 과도하다는 법원 내부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사법의 정치화’가 우려스럽다며 임시회의를 여는 것이 오히려 사법의 정치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법부 내에서의 조 대법원장에 대한 신임은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법원 내 ‘원칙주의자’로 유명하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결론이 나올 경우 해당 사안은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도록 돼 있다. 만약 결론이 나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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