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세 수입이 작년 실적보다 104조 7000억원 늘어나 사상 최대인 478조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재정경제부가 그제 밝혔다. 내년 세수는 올해 전망치보다 105조 늘어난 584조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슈퍼 호황에 힘입은 기업 실적 개선이 2년 연속 100조원 이상의 세수 증가를 나라 곳간에 안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추가 세수를 재원으로 조성할 미래대응기금의 규모도 당초 예상치 162조 3000억원을 훌쩍 넘어 최대 21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도입하면서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관련 분야에 집중 투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회의 통제와 심사를 거쳐야 하는 일반 회계와 달리 집행이 비교적 자유로운 기금 방식으로 내일의 먹거리 확보에 나서겠다는 명분이었다. 야당 등 정치권이 정부의 ‘쌈짓돈’ 가능성을 우려했고, 국가 채무 상환에 먼저 충당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상당수 국민은 취지에 큰 이의를 달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정부 일각에서 들리는 소식엔 걱정스러운 구석이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양극화와 불평등 완화에 초과세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내년 설·추석 명절 농축산물 할인 지원금을 미래대응기금 등을 활용해 1조원 수준까지 늘리자는 구상을 내놓았다. 농축산물 가격을 낮추는 데 쓸 예산을 대폭 늘리자는 주문이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초과세수를 양극화 완화의 마중물로 삼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양극화 해소와 민생이 중요한 정책 과제지만 미래를 위한 저수지 물을 당장의 현안 해결에 돌려써도 된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반도체 경기가 항상 좋을 리는 없다. 이런 면에서 추가 세수와 미래대응기금을 공돈 보듯 하는 시각은 위험하다. 정부는 물론이고 각 시·도 등 지자체와 정치권, 노동계도 모두 잔칫상을 받은 것처럼 들떠 있어선 안 된다. 국가 채무가 2030년 170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인 상황에서 글로벌 국채 금리는 최근 5%대로 올라서며 일제히 고공 행진을 시작했다. 수입이 늘면 빚부터 줄여야 한다는 국가재정법을 명심하면서 기금 고삐를 단단히 조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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