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관은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의무 지출이 이미 총지출의 절반을 넘어 재정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했다. 그 대표적인 의무 지출이 교육교부금이다. 지난 10년간 초중고 학령인구가 596만 명에서 492만 명으로 약 100만 명 줄었지만, 교육교부금은 세수 증대에 따라 약 40조 원에서 약 80조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가 알아서 곳간을 채워주는 구조다 보니 교육청의 낭비성 지출이 상당하다. 입학, 졸업 지원금 등의 명목을 붙여 마구 현금을 뿌려대고 폐교 예정인 학교를 개축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고도 매년 불용 예산이 생겨 연말이면 예산을 소진하라는 공문이 학교로 내려온다고 한다. 올해 교육감 선거에서는 ‘100만 원 매칭 펀드’, ‘20만 원 학원비’ 같은 선심성 공약이 쏟아졌다.
교육교부금을 교육청이 독점하면서 교육 예산의 불균형도 심각하다. 영유아와 대학, 평생 교육에는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초중고교와 교육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초중고생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7배지만, 대학생·대학원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0.7배다. 17년간 등록금이 동결된 대학에선 학생들이 ‘콩나물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수백 명씩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교수 연봉이 낮아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석박사 연구자들은 기회만 생기면 해외로 떠나려 한다. 정부가 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지금처럼 황폐한 대학 환경에선 인재 공급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스럽다.
교육교부금이 처음 도입된 1972년에는 초중고 학령인구가 1000만 명에 달해 학교와 교사가 턱없이 부족했다. 한정된 재원을 국가적으로 시급한 과제에 우선 투입했던 것이다. 그간 초중고생이 반감(半減)될 만큼 인구 구조가 변화했고 국가 전략도 바뀌었다면 그에 맞춰 재원을 재배분해야 한다. 지금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AI 등 미래 인재를 양성할 대학에 최우선적인 투자가 필요한 때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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