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중국 반도체 기업의 D램을 쓸 수 있게 해달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외신 보도다. 인민해방군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며 미 국방부가 ‘중국 군사기업’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린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의 칩 구매 허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애플이 지난주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20% 넘게 올리며 “감당할 수 없는 메모리 가격”을 이유로 든 직후에 전해진 소식이라 더 주목받는다. 반도체산업은 초유의 슈퍼사이클을 구가 중이지만 이로 인해 스마트폰, PC 등에 필요한 D램은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팀 쿡 애플 CEO가 “40년 넘게 어느 분야에서도 본 적 없는 가격 급등”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칩메이커들이 AI 데이터센터용으로 수요가 폭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수익 칩 생산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현재로선 애플의 로비가 먹혀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미 의회에서는 즉각 “동맹과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할 시기에 중국 군수업체와의 파트너십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혹여 로비가 먹혀도 국내 반도체업계가 당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애플의 로비를 돌출행동으로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강력한 ‘갑’ 지위에 있는 기업이라 국내 반도체회사들도 성의를 보이지 않을 수 없다. CXMT 역시 중국 정부가 전폭 지원하는 기업으로 결코 만만하게 볼 대상이 아니다.
미국 정부도 자국 기업의 D램 가격 불만을 무한정 외면하기는 어렵다. ‘대중 관계 복원’을 앞세워 애플의 요구를 ‘조건부 허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럴 경우 D램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고 한국 반도체업계의 고마진에 결정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무리한 성과급 잔치와 초과이익 배분 논쟁으로 허송세월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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