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20년이 됐다. 처음에는 금융 분야에서 일했고, 이후에는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그동안 한국과 호주의 관계가 변해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내게 분명 큰 행운이다.
처음 한국 기업인과 악수를 나눌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혹시 내 손에 기름때가 묻어 있고 손톱 밑에 흙이 끼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호주는 철광석 광산이나 캥거루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으니, 그런 상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 시절 회의에서 가장 많이 오간 이야기는 철광석과 석탄, 액화천연가스(LNG)였다. 실제로 호주는 세계 최대의 철광석 생산 및 수출국이다. 호주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한다. 주로 서호주 필바라(Pilbara) 지역에서 대량으로 채굴한다. 한국은 산업화를 위해 안정적인 철강 자원이 필요했고, 호주는 그것을 공급했다. 한국 철강업계는 수입하는 철광석의 60% 이상을 호주에 의존한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지만, 당시엔 원자재 공급국과 수입국이라는 각자의 역할이 비교적 분명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 악수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한국 기업인을 만나면 철광석 가격을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 “리튬 공급은 안정적일까요?”, “희토류는 어떻게 보십니까?” 같은 질문을 훨씬 자주 듣는다.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방위산업 등 미래 산업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핵심 광물로 대화가 이어진다. 이것만 봐도 지난 20년 동안 양국 관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실감할 수 있다.
중국이 핵심 광물 수출 규제를 발표할 때마다 그 여파는 곧바로 한국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그 소식을 국제 뉴스로만 접하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고객과 동료의 표정에서, 그리고 목소리에서 긴장감과 걱정을 생생하게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호주가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주는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이기도 하다. 풍부한 희토류 자원도 보유하고 있다. 이미 많은 한국 기업이 호주의 광산과 정련 시설에 투자하며 공급망을 함께 구축해가고 있다.
이제 양국은 단순히 원자재를 사고파는 관계가 아니다. 미래 산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주한호주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으며 나는 이런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 한·호주 관계는 단순한 무역 관계를 넘어섰다. 앞으로 AI와 첨단 컴퓨팅, 재생에너지 시대가 본격화할수록 양국이 함께할 일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요즘도 가끔 처음 한국에 왔을 때의 그 악수를 떠올린다. 이젠 한국 기업인이 호주를 생각할 때 광산과 캥거루 대신 미래 산업을 함께 구축해갈 가장 믿음직한 동반자로 여겨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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