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 ‘관세 치킨게임’… 시장 다변화로 충격 줄여야

3 weeks ago 16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정면충돌을 불사하는 ‘치킨게임’으로 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관세를 올리면 곧바로 중국이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면서 끝없이 장벽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145%, 중국은 미국에 125%까지 관세율을 올려 사실상 양국 간 상품 무역 관계가 단절 수준에 들어갔다. 주요 2개국(G2) 극한 대립의 한가운데에 끼인 한국은 태풍을 피해가기 어렵다.

이번 관세 전쟁 2라운드는 2018년부터 22개월 동안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었던 1라운드에 비해 강도가 더 세졌다. 25% 관세로 핑퐁게임을 하던 당시보다 장벽이 5, 6배로 높아졌다.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자립을 이뤄 맷집을 키운 중국은 이번에야말로 물러서지 않겠다며 전열을 다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 경제가 두 쪽이 나면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약 7%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미국이 스마트폰 등을 상호관세에서 제외하면서 갈등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지만 도박판 같은 관세전쟁의 결말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 경제의 43%를 차지하는 양국의 갈등이 심화하면 한국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가 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95%에 달할 정도로 수출에 치중된 기형적 구조다. 수출 자체도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만 40% 가까이 의존한다. 대중 수출만 걱정했던 1차 관세전쟁 때와는 달리 이번엔 미국과 중국시장 양쪽에서 모두 고관세를 피할 수 없어 피해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중 대결이 불러올 통상질서의 격변 과정에서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관세 대응을 넘어 경제체질의 근본적인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우선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수출시장을 인도, 아세안, 중남미 등 다양한 신흥시장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성장에서 5%밖에 기여하지 못한 내수를 진작하기 위한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술혁신, 구조 개혁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미국과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심한 감기를 앓는 허약한 경제구조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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