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0일 6·3 대선 등판설과 관련한 동아일보 질문에 “(출마하는) 그런 일이 있으면 알려 드리겠다”고 답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출마할 뜻이 있는지를 묻는 트럼프의 질문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직후 대국민 담화에서 “다음 정부가 차질 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한 대행은 최근 국민의힘 친윤 진영과 보수 일각에서 출마를 권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 원로 간담회 자리에서도 한 대행을 경선에 참여시키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출마 촉구 기자회견도 있었다. 이런 기류 속에 10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한 대행은 처음으로 대선 후보군에 이름이 올랐고, 2% 지지를 얻었다.
한 대행의 등판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지만 그의 처신은 모호하다. 출마를 권유한 친윤 의원에게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고, 참모들에게 “대선의 디귿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뿐 정작 자신은 가타부타 명확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근 한 대행이 윤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법률팀 핵심 멤버였던 이완규 법제처장을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전격 지명한 것도 모종의 정치적 포석이 깔린 것이라는 등 온갖 해석이 나돌고 있다.
한 대행은 50여 일밖에 남지 않은 대선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정부의 최고책임자다. 그런 한 대행이 출마설에 휩싸여 있는 것 자체가 조기 대선 정국에 혼선을 주는 일이다. 한 대행은 하루빨리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출마할 뜻이라면 그걸 밝히고 즉시 대행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불출마할 생각이라면 더더욱 지체 없이 입장을 밝혀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 8년 전 비슷한 상황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파면 닷새 만에 불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이라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 할 수 없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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