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극심한 혼란 발생”… 헌재가 제지한 韓의 재판관 지명 ‘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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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울산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권오갑 회장 등 임직원들과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울산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권오갑 회장 등 임직원들과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헌법재판소가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재 재판관 후보자 2명 지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전원 일치로 인용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만약 권한대행에게 그럴 권한이 없다면 헌법재판을 받는 이들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따라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게 재판을 받게 되어,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8일 문형배 헌재소장 직무대행, 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나흘 만의 일이었다. 지난해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 자제” 등을 이유로 국회가 추천한 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형식적’ 임명권조차 거부했던 한 대행이 ‘실질적’ 인사권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 몫 지명권을 행사하는 모순적 행보를 보인 것이다. 게다가 이 법제처장은 윤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법률 대리인 역할을 했고, 12·3 비상계엄 다음 날 ‘안가 회동’ 멤버이기도 했던 인물이었다.

한 대행 측이 헌재에 낸 의견서를 보면 대체 왜 이런 인사권을 행사했는지 더욱 궁금증이 남는다. 자신의 명의로 담화문까지 발표해 “(두 후보자를) 지명하였습니다”라고 밝혀 놓고도 “지명한 게 아니라, 장차 공직에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보자 발표였다”고 했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헌재가 “임명 의사 공표와 동시에 그 임명 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했다”며 한 대행 측 주장을 배척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단이다.

특히 헌재는 두 후보자들이 재판관에 임명돼 헌법재판을 심리할 경우 나타날 혼란까지 지적했다. 추후 한 대행의 지명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위헌 판단이 내려진다면 “두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관여한 헌재 결정 등의 효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헌재 심판 기능 등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 “헌법재판 신뢰 크게 훼손될 것”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 등의 표현을 써 가며 가처분 인용 이유를 밝혔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은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무리한 일이었음이 확인됐다. 평소 신중한 일처리 스타일의 한 대행이 왜 관례와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는지, 다른 곡절이 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그게 권한대행의 지명권 행사를 놓고 벌어진 정치적 논란을 말끔히 정리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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