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9개국을 대상으로 한 이번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경쟁국인 대만(6위), 중국(16위)보다 현저하게 뒤떨어진 평가를 받았다. ‘기업 효율성’ 부문 순위가 23위에서 44위로 21계단 급락해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게다가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한국의 정치 안정성 순위는 50위에서 10계단이나 하락해 바닥권인 60위로 내려앉았다.
매년 발표되는 IMD 순위는 각국의 기업들이 얼마나 경쟁력을 갖췄는지, 정부는 얼마나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지 평가하는 지표다. 올해 성적은 한국 기업들이 중대한 경쟁력 위기를 전방위적으로 겪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기업과 관련된 항목 중 지난해 중위권에 속하던 ‘생산성’은 45위, ‘노동시장’은 53위, ‘경영 관행’은 55위로 모두 급락해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제공하는 ‘기업 여건’도 3계단 떨어진 50위로 평가됐다.
이전엔 우리 정부 부문의 낮은 효율성이 기업의 발목을 잡았다. 이젠 기업 순위까지 하락하면서 정부 순위와 함께 하향 평준화되는 모양새다. 메모리반도체 등 성장을 주도해온 제조업 분야 수출 기업들이 글로벌 관세전쟁, 중국 제조업 굴기의 직격탄을 맞아 비틀거리고 있어서다. 같은 수출주도형 국가라도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대만은 8위에서 6위로, 정치 안정 속에서 관세전쟁에 대응한 독일이 24위에서 19위로 순위가 오른 것과 대비된다.지금 글로벌 경제 질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기업의 노력, 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정책 역량, 안정된 정치의 3박자를 갖춘 나라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순위는 앞으로 더 빠르게 뒤집힐 것이다. 낡은 성장엔진을 업그레이드하는 구조개혁에 새 정부와 정치권이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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