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부활 노리는 일본, 노동 시간 규제도 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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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지난주 후생노동성은 초과근무 지도 방식을 9월부터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노동기준법상 연장노동은 월 45시간으로 제한된다. 여기에 더해 노사가 특별조항을 체결하면 월 100시간 미만까지 더 일할 수 있다. 여태껏 근로감독 당국은 일률적으로 기업에 월 45시간 준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앞으론 노사가 월 100시간 특별연장노동에 합의하면 이를 허용하되 노동자 건강과 복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만성적 구인난과 산업구조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산업계는 획일적인 노동시간 규제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혁신을 저해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례로 일본은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되찾으려 절치부심하고 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절대강자인 대만 TSMC의 첨단 공장을 구마모토현에 유치하기도 했다. 도시바에 뿌리를 둔 키옥시아는 메모리 칩의 일종인 낸드 플래시 생산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쪽은 일본이 여전히 최강이다. 이제 일본 반도체 산업은 노동시간 규제완화라는 또 하나의 칼을 손에 쥐게 됐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은 신제품을 내놓기 전에 ‘스프린트’(전력질주) 기간을 갖는다. 이때 연구개발(R&D) 직원들은 그야말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미국은 노동시간 규제 없이 보상에 초점을 맞춘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996’(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 시스템이 낯설지 않다. 우리도 고소득 R&D 분야의 경우 주52시간제에 예외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반도체특별법을 만들 때 나왔으나 끝내 반영되지 못했다.

이제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다시 논의가 오가는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주 전 3대 메가프로젝트 2차 점검회의에서 ‘전격전’을 주문했다. 공장을 짓는 속도만큼 인력 활용도 중요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달 초 관훈토론회에서 “주52시간제 이슈는 가장 큰 경쟁 상대인 중국과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일본이 왜 지금 근로시간 규제를 느슨하게 푸는지 이유를 곰곰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한 일본의 저력을 얕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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