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아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6일 법원의 보석 결정을 거부했다. 재판부가 풀어준다는데 피고인이 거부한다니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지난해 말 구속된 김 전 장관은 이달 26일이면 최장 6개월인 구속기간이 만료된다. 어차피 열흘만 버티면 자동으로 석방되기 때문에 사건 관련자 접촉 금지, 주거 제한 등의 조건이 걸린 보석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법원은 김 전 장관이 구속 만기로 석방되면 증거인멸과 출석 거부 가능성이 크다는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조건부 보석을 결정했지만 실효성이 없는 조치다. 김 전 장관이 보석 결정에 항고하는 등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보석을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군검찰도 김 전 장관과 비슷한 시기에 구속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등 주요 지휘관 4명에 대해 군사법원에 직권 보석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이들 역시 보석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통상 중대 사건의 경우 1심이 6개월 내에 끝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재판 도중 피고인이 석방되면 증거인멸이나 피고인들 간의 말 맞추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검찰은 이를 막기 위해 구속기간을 연장한다. 구속기간 만료 전 사건 관련 추가 혐의로 구속영장을 다시 발부받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재판 때도 검찰이 롯데·SK 관련 뇌물 혐의 등 새로운 범죄사실을 근거로 구속기간을 6개월 더 연장했다. 김 전 장관의 경우 증거인멸 교사, 노상원 등 제3자 비화폰 제공, 군 장성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등의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검찰이 이런 의혹들을 수사할 의지만 있었다면 구속 만기 연장이 가능했을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옥중 편지로 지지 세력 결집을 촉구했고, 그의 변호인은 군사령관들 접견을 시도한 바 있다. 그랬던 김 전 장관이 풀려나면 내란 관련자들과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내란 재판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건 오랜 관례를 뒤집은 계산법으로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 재판부의 결정이었다. 이에 항고하지 않고 윤 전 대통령을 석방한 검찰은 핵심 공범인 김 전 장관의 구속기간이 다 되도록 대책 없이 손 놓고 있었다. 그런 안이함이 법원의 보석 결정을 피고인이 거부하는 황당한 촌극을 낳았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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