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두 정상이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회담을 통해 소통과 협력 강화를 약속한 것은 관계의 연속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간 양국 간엔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는 등 부침이 적지 않았다. 특히 과거사 문제가 늘 발목을 잡은 게 사실이다. 이 대통령도 전임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해법에 매우 비판적이었지만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 관계를 유지·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것은 좋은 출발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작금의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간 협력의 필요성은 한층 커진 게 사실이다. 각종 지정학적 위기 앞에 양국은 비슷한 처지에서 공동의 대응 과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각각 “국제 통상 환경이나 국제 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국제 정세가 정말 대단히 엄중해지고 있다”며 보완적 협력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당장 북한과 러시아는 공생의 결탁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1만 명 넘는 특수부대를 파병했던 북한은 이제 전면전 일보 직전의 급박한 중동 정세를 틈타 공병부대와 군 건설 인력 6000명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북한은 파병 대가로 식량 석유 등 연명 수단은 물론이고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받음으로써 주변국에 대한 위협을 키우고 있다. 한일, 한미일의 더욱 비상한 공조를 요구하는 대목이다.한일 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발 불확실성의 파고도 헤쳐 나가야 하는 처지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동병상련의 대응이 필요한 데다 향후 북-미 직거래,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폐기하는 ‘스몰딜’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북핵 대응에는 미국과 함께 3각 협력을 더욱 강화하면서도 현기증 날 만큼 어지러운 트럼프 2기의 예측불허 행보에는 공동의 경계심 아래 공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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