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내리막길 추세를 우리 경제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연구 보고서가 한국은행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동시에 나왔다. 한은 보고서 ‘구조 변화가 소비 둔화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민간 소비의 연평균 증가율이 2001~2012년 3.6%에서 2013~2024년 2.0%로 1.6%포인트 낮아졌다. 대한상의는 보고서 ‘세대별 소비성향 변화와 시사점’에서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이 2014년 73.6%에서 2024년 70.3%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소비 하락 추세가 내수를 억제해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뚜렷이 드러난다. 한은은 소비의 추세적 하락이 앞으로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여 년간 소비 하락의 절반은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으로 설명되는데 향후 5년간(2025~2030년) 그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지난 10년간 30대 이하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소득이 늘어났음에도 30대 이하를 포함한 모든 세대에서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한 점에 주목했다. 소비 증가가 소득 증가에 뒤처지며 나타난 이런 추세는 인구구조 변화 외에 소비행태 변화도 작용한 결과라고 대한상의는 풀이했다.
두 보고서의 분석은 최근의 소비 둔화를 경기순환의 한 국면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만 봐서는 안 됨을 시사한다. 구조적 요인들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침체된 내수를 살려내기 위한 정책도 단기 대응 차원을 넘어 구조적 해법에도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한은은 퇴직 후 재고용 제도 도입으로 은퇴를 늦춤으로써 노후 불안에서 비롯된 소비 위축을 완화하는 것을 한 예로 들었다. 대한상의는 내수 진작 정책에서도 세대별 소비행태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는 내수 침체 타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재정 투입과 금융기관 동원을 통한 돈 풀기 일색이다. 이는 단기적 내수 부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소비의 추세적 하락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소비를 억제하는 구조적 요인들도 따져가며 근본 처방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