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단 싱크홀에 지하철 공사장 붕괴까지… 땅 밑이 불안하다

3 weeks ago 16
12일 경기 광명시의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장이 무너져 작업자 1명이 실종되고 다른 작업자 1명이 가까스로 구조됐다. 이 사고로 6차선 도로가 18m 깊이로 내려앉았고, 인근 주민 2300여 명이 대피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땅 꺼짐’(싱크홀) 사고로 3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희생된 지 3주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안산과 여의도를 잇는 복선전철인 신안산선 사고 다음 날에도 부산 사상구 도시철도 공사 현장과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앞 도로에서 싱크홀 사고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늘 다니는 거리가 언제 폭삭 꺼질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이번 신안산선 사고는 붕괴 조짐이 명확했다. 사고 전날부터 지하터널을 받친 기둥들에 금이 가고, 끼익끼익 소리가 들린다는 작업자들의 신고가 들어왔다. 이에 시공사가 공사를 멈추고 보강공사와 안전진단을 하다가 붕괴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채로 작업자들이 투입돼 변을 당했다. 사고 구간은 2년 전 감사원에서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5등급)해 유의하라고 경고했던 곳이다. 서울시도 공사 전 환경영향평가에서 지반 침하 우려를 지적하면서 철저한 안전 관리를 주문한 바 있다.

최근 잇단 싱크홀 사건은 위험 신호를 가볍게 여긴 인재(人災)라는 공통점이 있다. 명일동 사고도 2년 전 땅 꺼짐 가능성을 경고하는 서울시 자체 용역 보고서가 있었다. 또 전문가와 공사 관계자들의 5차례 사전 경고에도 서울시는 지반 침하 위험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최근 10년간 싱크홀 사고가 전국적으로 2000건 넘게 발생했지만 번번이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사고 직후 비판 여론을 달래기 위해 그럴싸한 대책을 낼 뿐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행태도 반복돼 왔다. 서울시가 지난해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를 계기로 땅 밑의 위험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싱크홀 지도’를 만들겠다고 해놓고 자료가 부실해 공개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사례다. 싱크홀 사고가 주로 지하철 등 대규모 지하 공사장 주변에서 발생하는 만큼 위험 지역을 선별해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알고도 당하는 사고가 더는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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