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전쟁이 바꾼 세계 질서…안보도 공급망도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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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5.01 17:40 수정2026.05.01 17:40 지면A23

미국 이란 전쟁이 두 달을 넘기면서 경제·안보 분야에서 세계 각국의 ‘각자도생’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제협정·기구에서 탈퇴할 뿐 아니라 동맹국과 거리를 두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에너지 질서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원유를 생산·수출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지속되면서 국제 에너지 질서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자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 탓에 뿌리가 흔들린 자유무역은 이란전쟁을 계기로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이는 국가가 더 늘어나는 게 이를 방증한다. 중국은 희토류에 이어 비료와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산의 수출 통제에 나섰다. 일본은 기업 인수합병(M&A) 허용 기준에 ‘경제 안보’를 포함했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등도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안보 분야에서 각자도생 움직임은 더 노골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군비 확장에 뛰어들었다. 이 와중에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의 안보 책임을 동맹국에 떠넘기고, 독일 주둔 미군 감축까지 거론했다. 당사국으로선 미국 없는 생존전략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와 폴란드 등이 인도주의 차원의 지뢰 협약까지 탈퇴한 이유다.

신뢰와 동맹이 약화되고 힘과 거래가 지배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국익을 최우선에 둔 치밀한 외교·안보 및 경제·통상 전략이 요구된다. 더 단단한 동맹 관계가 필요하고, 동시에 경제와 안보 모든 측면에서 협력의 지평을 넓히는 능력도 키워야 할 것이다.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자강 능력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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