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원 1년 만에 포기, ‘트리플링’ 현실화… 병만 키운 돌팔이 정책

2 weeks ago 7
교육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확정해 17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지난달 초 의대생들의 ‘전원 복귀’를 조건으로 ‘증원 0명’을 제안하며 복귀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5058명을 뽑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런데 현재 의대생 복귀율이 30%를 밑도는 수준임에도 올해 증원 계획을 철회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조건부 증원 철회 방안을 제시한 후 전국 40개 의대 학생들 거의 전원이 등록해 무더기 제적 사태는 피했지만 집단 수업 거부는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가 본과 4학년 48명의 유급을 확정했고, 다른 의대의 유급 결정 시한도 대부분 이번 주에 돌아온다. 정부는 증원 철회를 확정하면 복귀율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버텨 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내년도 예과 1학년은 3개 학년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최악의 ‘트리플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집단 유급되면 내년에도 신규 의사 배출에 차질이 빚어져 의사 인력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3000명 남짓 배출되던 신규 의사 수가 올해는 269명에 그쳤다. 의대생부터 전문의로 이어지는 의료인 양성 체계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결국 섣부른 의대 증원 정책으로 증원은 1년 만에 포기하고, 의사는 오히려 부족해지고, 의사 양성 체계는 골병들게 생겼으니 이런 돌팔이 의료 정책이 또 어디 있겠나.

의료계에서는 이번 달이 트리플링의 피해를 최소화할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이달 안엔 복귀해야 24, 25학번이 반 학기씩이라도 겹치지 않게 교육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리플링이 되면 교육은 물론이고 수련도 열악한 환경에서 받아야 하고 졸업 후엔 극심한 취업 경쟁을 치러야 한다. 이번 사태의 수습은 선배 의사들에게 맡기고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 일부 의대에서는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수업을 제대로 안 들어도 눈감아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귀한 학생들에겐 충실한 교육과 수련을 보장하되 더 이상 특혜는 허용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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