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과세수 공짜 돈 아니다…재정개혁 늦추는 빌미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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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30 17:34 수정2026.04.30 17:34 지면A23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코스피지수 신고가 경신이 세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 1분기 국세 수입은 108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5000억원(16.7%) 늘었다. 분기 기준 세수가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4년 만이다.

이 중 소득세가 35조원으로 4조7000억원 더 걷혔다. 기업의 성과급과 부동산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다. 증권거래세는 증시 활황에 세율 인상 효과까지 더해져 2조8000억원으로 2조원 늘었다. 법인세도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2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초과 세수 규모가 기존 전망치(25조2000억원)를 10조원 이상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곳간이 채워진다는 소식은 환영할 일이지만 나라 살림의 기초 여건이 탄탄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언젠가는 끝난다. 성과급 소득세와 부동산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는 모두 업황과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 꺾일 수치다. 2020년대 초반 세수 풍년이 2023년에는 56조원 세수 결손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

초과 세수는 공짜 돈이 아니다. 세수 호황기에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현금성 지원을 확대하려는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다. 각종 보조금 확대와 감세 요구, 포퓰리즘 정책이 대표적이다. 오히려 세수 호황은 과감한 재정개혁을 추진할 모멘텀을 제공한다. 재정준칙 법제화, 연금개혁, 건강보험·장기요양 지출 관리, 보조금 원점 재검토, 비과세·감면 정비를 더 늦춰선 안 된다. 세수가 부족할 때는 돈이 없어 못 하고, 세수가 늘면 여유가 생겼다며 미룬다면 개혁은 영원히 하지 못한다. 국가 부채를 줄이는 것도 급선무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1300조원을 넘었다. 부채비율이 50%에 육박한다.

한국 재정은 구조적 압박을 받고 있다. 고령화로 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 지출은 계속 늘어난다. 저출생 대응, 국방, 첨단산업, 에너지 안보에도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가 작동하려면 재정 방파제를 더 높이 쌓아야 한다. 지금이 그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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