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반도+중국海 ‘원 시어터’로”… 日 영향력 확대 의도 경계해야

일본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한반도를 하나의 전역(전시작전구역)으로 통합하자는 이른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미국 측에 제시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5일 보도했다. 나카타니 겐 방위상이 지난달 말 방일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게 “일본 미국 호주 필리핀 한국 등을 하나의 시어터로 인식해 협력을 심화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헤그세스 장관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만나서도 이를 언급했다고 한다.

일본의 ‘원 시어터’ 구상은 중국 견제를 내세워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기조의 연장선일 것이다.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해외에서 발을 빼려고 하는 미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묶어두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듯하다.

미국으로선 이 구상에 솔깃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과 각각 양자동맹을 맺고 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같은 역내 집단안보기구가 없는 형편에서 이들 지역을 하나의 전역으로 묶는다면 군사적 효율성과 동맹 간 연대 같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상은 명확한 개념 정의나 지리적 범위조차 정해지지 않은 설익은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본 방위성 안에서도 나왔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한다.

이 구상은 인도태평양에서 역내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일본의 야심이 담겨 있어 당장 거센 논란이 불가피하다. 한국 안보에 미칠 파장부터 만만치 않다. 이 구상이 구체화되면 중국과 대만의 군사 분쟁에 주한미군이 차출되고 한반도 분쟁에 일본 자위대가 개입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경계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미국의 ‘넘버1 동맹’을 자임하는 일본은 그간 인도태평양의 전략적 의제를 제시해 미국 측의 호응을 얻어낸 경우도 적지 않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이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전략으로 자리 잡은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안보 정책은 아직 안갯속이다. 어느 때보다 한미 동맹 간 긴밀한 조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