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맞서 이란 항구와 연안의 해상교통을 모두 차단하는 ‘역봉쇄’를 전격 선언했다. 종전 협상이 결렬되자마자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의 ‘해상 격리’를 연상시키는 벼랑 끝 전술을 들고나온 모양새다. 원유 수출을 차단해 이란의 전쟁 자금줄을 끊고 유리한 협상 구도를 만들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세계 에너지 물동량의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큰 후폭풍을 부를 악재다. 미국은 이란 이외의 제3국에 드나드는 선박은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원유 수급 불균형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전쟁으로 20%의 물동량 중 12%가 차단된 상태에서 하루 150만~170만 배럴인 이란의 원유 수출까지 중단되면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해협 역봉쇄 예고로 이미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하룻밤 새 각각 9%와 18% 급등했다.
해협통제권 사수에 나선 이란이 미국의 역봉쇄에 강력한 보복을 경고해 무력 충돌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미국은 구축함 2척을 투입해 호르무즈해협 내 항로 개척에 나섰고 이란혁명수비대는 “오판하면 해협은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고 위협 중이다. 군사적 긴장은 아라비아반도 건너편 홍해로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홍해를 장악한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반군이 ‘이슬람의 승리’를 위한 군사 작전 확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홍해에서 선박 타격작전을 감행하는 등 돌출 행동이 나오면 중동은 말 그대로 화약고가 된다.
세계인의 고통지수를 높일 중동 확전은 호르무즈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환율과 물가가 들썩이고, 원재료 공급난과 물류비 상승으로 한계가 임박했다는 생산 현장의 아우성이 드높다. 프랑스 투자은행(나틱시스)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0%로 사실상 반토막 낸 배경이다. 영국 리서치회사(캐피털이코노믹스)는 ‘국내총생산(GDP) 쇼크가 불가피하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맞이한 더없이 소중한 기회를 중동 사태로 다 날리는 모양새다. 외교 채널을 풀가동해 에너지를 확보하는 한편 대증 처방을 벗어나 최악의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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