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오일 머니' 유치 무산…앞날 캄캄한 뉴욕 메트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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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가 재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인권 논란까지 감수하며 추진한 ‘사우디 자본 유치’ 승부수가 결국 실패로 끝이 났다.

4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메트의 피터 겔브 단장이 수개월간 공들여온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와의 대규모 협력 계약이 무산됐다. 사우디 현지 오페라단 창설 자문과 제작 노하우를 전수하는 대가로 1억달러(1389억원) 규모의 후원금을 받으려던 계획은 사우디 측의 전략 수정과 내부의 윤리적 반발에 부딪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뉴욕 메트는 지난해 오페라단 살림살이가 최악으로 치닫자 사우디와 업무 협약을 추진했다.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갤브 단장은 “예술과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며 돈을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사우디와 협약이 무산되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치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공연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가 사나워지면서 사우디가 소프트파워를 키우기보다는 당장의 안보위협에 대응해야할 필요를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의 자금 수혈 계획이 틀어지면서 메트는 심각한 현금 유동성 위기에 놓이고 말았다. 최근 메트 이사회는 오페라단 기금 원금에서 4000만달러(550억원)를 긴급 인출하는 방안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 보존을 전제로 거액을 쾌척했던 기부자들의 신뢰조차 지키지 못할 상황이라는 얘기다. 메트는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 오페라극장 로비에 걸린 마르크 샤갈의 그림 ‘음악의 승리’와 ‘음악의 수호신’이 담보로 넘어갔다.

공연계에서는 팬데믹 이후 관객 회복 속도가 기대를 밑돈 데다 제작비까지 크게 올랐고 여기에 겔브 단장이 야심 차게 추진한 ‘현대 오페라 비중 확대’ 전략이 화근이 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트가 제작비 절감과 공연 축소라는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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