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지역과 시민항쟁을 회화화·조롱하는 행태가 청소년 놀이문화로 번지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위를 넘어선 반복적 역사 왜곡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가치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지역사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대인동 광주은행 인근의 교차로 전봇대 오월길 표지판에 군화 한 짝이 내걸린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5·18 기념재단은 주민으로부터 “군화가 지난 5월부터 걸려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아직 누가 어떤 의도로 군화를 걸어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군화가 발견된 장소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이 자행됐던 사적지라는 점과 비교적 최근에 장병들에게 보급된 군화라는 점을 그거로 청년층이 광주항쟁을 고의적으로 조롱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시민단체들은 공동 대응이 필요한 현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광주항쟁 희화화 논란은 세대와 사기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터져왔다. 스타벅스는 광주항쟁 46주년 기념식 당일에 ‘탱크 데이’ 이벤트를 열어 비판을 받았고, 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한 배재고 학생들이 광주일고를 향해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쳤다가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에 처해졌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강력한 처벌이 가능한 입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교육을 통해서 인식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적지와 국립묘지를 방문해 비극을 체감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강배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역사적 의미와 무관하게 왜곡·폄훼를 넘어선 조롱 대상으로 반복 소비되고 있다”며 “죄책감 없이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받아들이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동 변화를 원한다면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역사 교육, 민주 시민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민주항쟁의 의미를 체득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광주항쟁을 성역이라고 비아냥댄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을 질타한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도 “공직자와 정치인이 지역 혐오를 전 국민의 놀이 문화로 전락시켰다”라며 “혐오 표현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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