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자신 없으면 돈 쌓지말고 배당부터”…8천피에도 한국증시가 싼 이유 [여의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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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장 자신 없으면 돈 쌓지말고 배당부터”…8천피에도 한국증시가 싼 이유 [여의도란도란]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코스피, S&P500 추월했으나
반도체 착시 다 걷어내면
상장사 과반이 PBR 1배 미만
비전 증명 못하는 기업 도태될 것

지난달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6 매경 자본시장 대토론회’에 참석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모습. 사진 김재훈 기자

지난달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6 매경 자본시장 대토론회’에 참석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모습. 사진 김재훈 기자

“1980년 1월, 한국 코스피와 미국 S&P500 지수는 똑같이 ‘100’에서 출발했다. 46년이 흐른 현재 코스피는 8000선에 안착하며 7000선 위에 있는 S&P500을 마침내 앞질렀다. 최근 수년간 미국이 앞서나갔으나 한국 증시 역시 지난 1년간 폭발적으로 급등하며 판도를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기업이 제값을 못 받는 ‘디스카운트(저평가)’ 현상은 오히려 더 강화됐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6 매경 자본시장 대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의 진단이다. 코스피 8000선 돌파라는 화려한 외형과 달리, 알맹이는 여전히 골병이 들어있다는 지적이다. 김 센터장은 시장의 진부한 낙관론을 배제하고, 우리나라 자본 효율성의 민낯을 두 가지 지표로 파고들었다.

ROE 3%? “가치 파괴다”

김 센터장이 정조준한 첫 번째 지표는 PBR(주가순자산비율·기업 보유 자산 대비 주가 수준)이다. 현재 한국 증시의 PBR은 1.8배 수준으로, 지난해 전 세계 최하위권에서 벗어나 중국 증시를 간신히 밑에 두고 있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이를 “착시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PBR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극소수 반도체 대형주가 주가를 견인한 결과에 불과하며, 여전히 국내 상장사 과반은 PBR 1배 미만이라는 분석이다. 회사를 당장 청산해 자산을 처분한 가치(장부가치)보다, 주식시장 전체 몸값(시가총액)이 더 낮은 기형적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김 센터장은 그 원인으로 기업들이 과거 고성장기에 벌어들인 돈을 곳간에 쌓아만 두고, 이를 불리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냉정한 불신을 꼽았다.

“기업이 자본을 쌓아두고도 ROE(자기자본이익률·투입한 주주 자본 대비 벌어들인 이익 비율)를 고작 3~4% 수준에 맞추고 있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은행 예금과 다를 바 없다. 자본을 유치해 성장을 멈춘 채 고여있는 것은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가치 파괴’다.”

반도체나 방산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이 지속 투입되는 성장 산업이 아니라면,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들은 보유한 부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단해야 한다는 경고다. 비전이 없다면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하고, 기업 자체의 덩치(자기자본)를 줄여서라도 ROE를 강제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美 증시의 본질도 ‘배당’

김 센터장은 미국 증시의 저력에 대해서도 본질을 짚었다. 흔히 빅테크의 주가 폭등을 떠올리지만, 미국 시장의 진짜 힘은 ‘장기적인 주주환원 문화’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그는 “주가는 한순간에 급등할 수 있지만, 투자자를 주식시장에 장기 잔류시키는 족쇄는 결국 배당”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대만, 중국, 일본 등 동일한 제조업 기반 경쟁국과 비교해도 배당 성향(벌어들인 순이익 중 주주 배당금 지급 비율)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다.

물론 배당만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다. SK하이닉스처럼 배당 규모가 작더라도 공격적인 투자로 기업 가치를 키워 주주에게 보답하는 모델도 존재한다. 핵심은 성장을 멈춘 채 자산을 움켜쥐고만 있는 ‘저PBR 기업’들의 방어적 태도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감행된 세 차례의 상법 개정, 특히 ‘주주 충실 의무(이사회가 회사 이익뿐만 아니라, 주주 이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 도입을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변화로 꼽았다. 제도적 방어선이 바뀐 만큼, 상장사들이 강제로라도 주주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김 센터장은 상법 개정 이후 시장이 요구하는 최종 도달지는 ‘기업과 주주의 소통 강화’라고 단언했다. 성숙기 기업들이 쥐고 있는 자산을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할 것인지, 주주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입증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경고다.

‘여의도란도란’은 매주 주말, 금융투자업계 인물을 조명하는 매일경제 증권부의 온라인 기획 연재물입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결정의 순간부터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업계 뒷이야기까지, 사람을 중심으로 자본시장 흐름을 풀어냅니다.

사진설명

증권업을 주력으로 리서치와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리서치센터장이 자본시장 토론회 패널로 참석해 한국 증시의 저평가 요인을 진단하고 상법 개정에 따른 주주 가치 제고 필요성을 시장에 제시했습니다.
현재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중심의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자본시장 내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와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종합 전자기업입니다.
국내 증시의 PBR 상승을 주도하는 소수 대형주 사례로서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제조 경쟁력 강화를 통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 주력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입니다.
시장 내 배당 규모가 적더라도 공격적인 투자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며 주주에게 보답하는 사례로 언급되었습니다.
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 생산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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