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조를 그리려 한 8년의 기록…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신작 공개

1 hour ago 5

모든 사회는 각자의 구조를 갖고 있지만, 그 모습을 한눈에 그리는 건 쉽지 않다. 마치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며 전체를 가늠해 보려는 것 같은 막막한 일을 함양아 작가(58)는 8년째 이어오고 있다. 사회의 구조를 영상 작업으로 담아 온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프로젝트의 신작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루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공개됐다.함 작가의 개인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는 영상 설치 신작 2점 및 이 연작과 관련된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 프로젝트는 2014년 일어난 세월호 사건이 계기였다. 함 작가는 “뉴스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아 1년 동안 작업을 못 하다가 ‘작가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작가는 먼저 학교 체육관을 배경으로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담은 8분 40초 길이의 영상 ‘잠’(2015~2016년)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활기차게 뛰어야 할 체육관 바닥에 잠든 모습은 불길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광경 옆에서 의자에 앉아 있지만 눈을 감고 있는 정장 차림의 사람들은 답답함과 무기력함을 자아낸다.이때의 문제의식은 “이 구조가 어디서부터 망가진 것인가”라는 거시적 작업으로 이어졌다. 이 작업이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2019년)다. 1970년대 후반 금융 자유화, 1986년 등장한 컴퓨터 기반 증권 거래 및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가속화 같은 내용을 도표처럼 담는다.작가는 가능한 모든 정보를 욱여넣으려는 듯 영상에서 깨알 같은 도표와 그림, 움직이는 사람들의 영상을 조합한다. 이를 만들려고 고강도의 노동 집약적 작업을 하다가 “목, 허리 디스크에 걸려 수개월을 누워서 지냈다”는 함 작가는 신작에선 ‘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4.0’(2026년)는 영상 끝에 기하학적 모양의 틀 안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 안무가들의 퍼포먼스를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이어 장례, 탄생, 일상과 노동 등의 장면을 비추던 카메라는 멀미를 일으킬 만큼 파도를 큰 화면에 가득 채우더니 이내 이를 디지털 픽셀로 바꾼다. 함 작가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마주하며, 우리가 하는 행동이 결국에는 AI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노동으로 치환되는 건 아닌지에 대한 질문을 담았다”고 설명했다.또 다른 신작은 온라인으로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보내 온 셀프 영상을 설치한 ‘듣는 화자, 말하는 타자’(2026년)다. ‘너무 덥다’고 불평하는 유럽의 한 청년, 전...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