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누나를 방치한 건 우리였다”…가족은 왜 병원을 거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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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컷 의대에 진학했던 총명한 누나. 하지만 1983년 어느 날, 25세였던 누나에게 병이 찾아왔다. 조현병이었다. 부모님은 병원에 가는 대신 자가치료를 시도했다. 나아지지 않는 누나를 지켜보던 남동생은 부모와 대립하다가, 결국 1992년 집을 나왔다. 9년이 지난 뒤 집으로 돌아간 그는 카메라를 들고 가족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영화 스틸컷 그리고 다시 20년이 넘게 흘렀다. 어느덧 머리도 희어버린 남동생은 이 기록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기로 했다. 제목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 일본의 후지노 도모아키(藤野知明·60) 감독이 가족의 지난날을 기록하며 스스로에게 던져온 물음이다. 지난달 29일 국내 개봉한 이 영화는 10일 만에 4만 관객을 넘어섰고, 독립예술영화 예매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 다큐멘터리 영화가 이만큼 주목받는 건 드문 일이다.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 최근 서울 동작구 엣나인필름에서 만난 후지노 감독은 “비슷한 일을 겪는 이들에게 ‘우리 가족처럼 대처하면 안 되지 않겠냐’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덤덤한 표정 뒤로 이어진 자기반성은 냉정했다. “우리 가족의 지난 20여 년은 조현병 대응의 실패 사례입니다.” 영화 스틸컷 감독의 부모님은 모두 대학교수였다. 그것도 꽤 저명한 의학·약리학 전공 교수. 그러나 아버지는 누나의 정신과 진료를 극구 거부했다. 대신 현관문에 자물쇠를 걸고 침묵을 택했다. 어머니는 고성을 지르는 누나를 보며 ‘설탕물을 마시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믿었다. 후지노 감독은 “아마도 부모님은 누나의 조현병이 창피했던 것 같다”고 했다.이 영화는 작위적인 연출이 거의 없다. 배경 음악이 없음은 물론이고, 내레이션 또한 사후 해석처럼 여겨질 수 있어 제외했다고 한다. 흥미 위주로 기울어지는 걸 경계한 듯, 누나가 발작하는 순간은 아주 짧게 삽입돼 있다. 조현병 증세가 있다는 걸 관객이 알아챌 수 있을 정도까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수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영화는 조현병의 원인이나 치료과정 혹은 누나에게 포커싱한 작품이 아니라, 누나를 방치한 나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감독은 말했다.영화는 뭔가를 강하게 주장하거나, 가족의 비극을 전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딸을 지극히 돌보는 부모가 서글프고 아쉬울 뿐이다. “‘넌 9년간 도망친 것 아니냐. 부모님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스스로 털어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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